대한민국은 드라마공화국이다. 한 해 평균 120편에 달하는 드라마가 시청자에게 선보인다. 생산량뿐만 아니라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2012년 지상파 시청률 집계 순위'에 따르면 1위부터 6위까지를 드라마가 휩쓸었다. 한류 주역으로 효자 상품이 된지도 오래다. 그러나 휘황한 성취의 이면에는 판에 박힌듯한 드라마의 양산과 과도한 PPL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지상파 3사 드라마 PD 201명 전원이 참여해 지난달 28일 창립한 한국TV드라마PD협회 초대 회장에 추대된 전산(56) KBS PD는 9일 "진화된 스토리와 연출자의 개성이 녹아난 작품이 생산되지 못하고 획일화되다 보면 결국 한국드라마는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이를 막아보려는 드라마 PD들의 의기가 투합했다"고 출범 의의를 말했다.
1995년 최고 시청률 62.7%를 기록하며 인기를 모았던 KBS 2TV '젊은이의 양지'를 비롯해 '파랑새는 있다'등을 연출한 그는 지난해 미니시리즈 '적도의 남자' B팀 연출을 맡으며 한국 드라마의 열악한 제작 현실과 조우했다. "요즘 드라마는 대부분 A팀과 B팀으로 나눠 제작하는데 후배 PD의 요청으로 B팀 연출을 맡아 봤어요. 그런데 촬영 때 간접광고(PPL) 담당 직원이 외제차 로고가 정면에서 3번 나가기로 했다며 재촬영 요청 하는 걸 보고 PPL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어요."
이처럼 PPL로 몸살을 앓고 있는 드라마 제작 현실을 바꾸기 위해 협회는 드라마 PPL 관련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60분에서 72분으로 훌쩍 길어진 드라마 방영 시간에 대한 자체 가이드라인 준수도 협회 차원에서 점검해나갈 계획이다. 전 회장은 "광고 유치와 시청률 경쟁을 위해 드라마 방영시간을 경쟁적으로 늘리다 보니 스토리가 늘어지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스타마케팅으로 인해 주연 배우가 회당 1억 원을 넘는 몸값을 받는 제작 여건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드라마 제작에 편당 2억 원 정도가 드는데 이중 절반을 특정 배우가 가져가는 시스템은 기형적"이라며 "협회 내에 '제작비 절감 대응팀'을 만들고 내년부터는 연극이나 영화계에서 연기력을 갖춘 신인을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회장은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단막극 부활이라고 강조했다. "단막극은 드라마 분야의 R&D예요. 좋은 연출자와 작가를 발굴할 수 있는 단막극이 사라진다면 한국드라마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됩니다. 현재 단막극을 방송하지 않는 MBC, SBS에도 협회 차원에서 단막극 정규 편성을 적극 요청하고 있습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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