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개봉한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주인공은 화가 나면 괴수로 변신해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군대가 온갖 총탄과 미사일을 퍼부어도 헐크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내지 못했다. 하지만 헐크도 꿈쩍 못하는 무기가 있었으니 이른바 '음향대포'로 불리는 인공소음 발생기다. 고주파의 엄청난 소음을 헐크에게 쏘자, 괴력의 주인공도 고통을 느끼며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음향대포가 최근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인도양 연안에서 해적에 의한 납치 및 선박 나포 사례가 급증하면서 해적 퇴치용 무기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적 방어를 목적으로 선박에 음향대포를 적용한 보안시스템이 출시됐다.
대우조선해양은 9일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지능형 해적방어시스템(DAPS)을 선보였다. DAPS는 대우조선이 2년여의 개발과 테스트 과정을 거쳐 완성한 선박보안 솔루션으로, 해상에서 해적선박의 식별 및 퇴치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우선 해적 의심 선박이 레이더에 포착되면 영상정보를 분석, 지능형 소프트웨어로 원거리의 물체를 파악한다. 해당 선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대상인지를 자동으로 판가름하는 과정이다. 위험 정도는 거리에 따라 2단계로 나뉜다. 해적 선박이 반경 약 2㎞까지 접근할 경우 고출력 스피커로 경고 방송을 한 뒤, 그래도 계속 다가오면 최고 150데시벨(dB)의 음향대포(사진)를 비롯, 고압의 물대포, 레이저 등을 발사해 접근을 차단하는 식이다. 동시에 선원들은 안전한 공간으로 피신해 해적의 공격과 실시간 상황을 모니터링하게 된다
음향대포의 위력은 비살상무기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보통 120dB 정도의 소음에 노출된 인간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데, 150dB면 청력을 영구 상실하는 수준이다. 실제 2009년 소말리아 해상에서 피랍됐던 미국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호' 구출작전에도 음향대포가 사용돼 인명피해 없이 해적을 제압할 수 있었다.
대우조선은 쿠웨이트 국영선사 KOTC로부터 발주 받아 건조 중인 원유ㆍ석유제품운반선 5척에 DAPS를 설치키로 하는 등 활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우조선의 김원석 영업설계2그룹 전문위원은 "현재 항해를 관할하는 국가 연안에서는 무기 소유 및 발포가 금지돼 있어 DAPS는 선원의 신변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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