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동차 급발진 사고와 관련해 차량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부가 3차례나 조사를 하고도 자동차 회사에는 책임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해 정확한 원인 규명이 사실상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9일 "급발진이 의심되는 차량 2대(YF쏘나타, BMW 528i)를 정밀 분석했으나 원인이 될만한 기계적 결함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3차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우선조사대상으로 선정한 6대의 급발진 의심 차량 중 원인 규명이 이뤄진 것은 하나도 없는 셈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5월 대구 효명동 앞산순환도로에서 발생한 YF소나타 급발진 사고에 대해 "사고기록장치(EDR)을 분석했으나 운전자가 당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급발진이 운전자의 부주의 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제동시스템 등 기계장치를 정밀 조사했지만 원인이 될만한 결함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신호대기 중이던 YF소나타는 통제불능 상태로 급발진해 약 300m를 주행한 후 다른 자동차와 충돌했다. 사고 직전 속도가 시속 126㎞에 달했다.
2011년 11월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BMW528i 사고와 관련해선, 국토부는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급발진했다"는 운전자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BMW528i는 당시 70~80㎞로 운전하던 중 갑자기 가속되며 앞서 가던 차량 뒤쪽을 들이받았다. 운전자는 충돌 당시 엔진제어장치(ECU)에 '제동등 점등'과 'ABS(브레이크 잠김방지장치) 작동'이라고 기록된 점을 급발진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국토부는 "제작사인 BMW가 제출한 모의 충돌 소명자료를 분석한 결과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동등이 켜지고 ABS(브레이크 잠김방지장치)가 작동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의 조사결과가 대기업 입장만 반영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BMW528i 사고의 경우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ABS 등이 작동할 수는 있으나, 실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서 ABS가 작동했는지에 대해선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브레이크 없이도 ABS가 작동한다는 것일 뿐 운전자 주장대로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여부는 이번 조사에서 밝혀낼 수 없었다"며 "현재의 기술로는 급발진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급발진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만큼 조만간 급발진 발생 가능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실제 급발진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재현실험을 벌이기로 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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