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일 공무원ㆍ군인연금 충당부채 급증으로 재무제표상 국가 부채가 사상 처음 900조원을 넘어선 내용의 '2012 회계연도 국가결산과 세계잉여금 처리안'을 의결했다.
결산에 따르면 새롭게 발생주의 기준으로 평가한 2012년 말 현재 대한민국의 총자산은 1,581조1,000억원으로 전년보다 58조1,000억원 증가했다. 발생주의란 미래에 발생할 자산이나 부채 증가를 사전에 추정해 기록하는 방식인 반면, 정부가 지난해까지 채택한 현금주의 결산은 확정된 현금 채권ㆍ채무만 인식한다. 따라서 발생주의에서는 미래 급증할 연금 지급액을 채무로 인식하지만, 현금주의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발생주의 방식으로 평가된 1,500여 조원의 국가 총자산은 투자자산(520조원), 사회기반시설(286조원), 현금ㆍ유가증권 등 유동자산(264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투자자산은 전년보다 37조7,000억원, 사회기반시설은 12조3,000억원 각각 늘었다. 국가부채는 902조4,000억원으로 128조9,000억원이나 급증했는데, 증가액 대부분은 연금 충당부채(94조8,000억원) 추정 기준을 현실화하면서 비롯됐다.
현금주의 방식에 따른 국가채무도 경기 불황과 환율 안정을 위한 재정투입으로 전년에 비해 악화했다. 2012년 말 현재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금전채무 합계는 425조1,000억원(국내총생산 대비 33.4%)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11년 말보다 22조3,000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금전채무가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로 일반회계 적자보전을 위해 13조3,000억원을 차입했기 때문이다. 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도 16조9,000억원이 채권 발행 형식으로 투입됐다.
한편 지난해 통합재정수지는 18조5,000억원 흑자(GDP 대비 1.5%)를 기록했다.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못했으나 국민연금, 사학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가 35조9,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관리대상 수지는 17조4,000억원의 적자(GDP 대비 -1.4%)를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발생주의 회계 방식에 따른 국가부채 추계치가 현금주의 추계치의 두 배를 넘어서지만, 주요국 대비 재정건전성은 여전히 우수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57.1%)은 미국(685.9%), 영국(197.1%), 캐나다(250.8%), 호주(165.5%) 등 발생주의 기준으로 결산하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다. GDP 대비 부채비율도 70.9%로 미국(120.4%), 영국(159.7%), 캐나다(54.4%), 호주(43.4%)와 비교해 양호하다.
그러나 기재부 주변에선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연말에 공기업 부채까지 국가재무제표에 반영하면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선진국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MB정부에서 겉으로 드러난 재정건전성 지표를 양호하게 유지하기 위해 공기업을 통해 대규모 재정사업을 펼쳤다"며 "공기업 수치까지 국가재무제표에 반영하면 부채총액 증가는 물론 부채비율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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