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가 어제 지난해 대선 패배의 원인을 밝혔다. 위원회 출범 80일, 대선 패배 112일 만이지만, 평가보고서의 객관적 시각에 비추어 평가위원회가 헛되이 시간을 보낸 게 아니다. 평가위원장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민주당의 대선 패배는 50ㆍ60대와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 등 특정 연령ㆍ사회 계층이 등을 돌린 결과였다. 그 주된 요인은 민주당보다 새누리당의 신뢰성과 안정감, 문제해결 능력이 낫고, 후보 개인의 능력도 문재인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뒤진다는 유권자 인식이 뚜렷했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이를 '민주당 자체의 결함'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성향 자체만으로 표가 오는 게 아니라 당과 후보의 복합적 능력이 수반돼야 표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민주당의 이미지 실추는 정치와 사회운동을 혼동한 486 세력의 착오가 부른 부작용이라고 밝혔다.
문재인ㆍ안철수 두 사람의 후보 단일화 이후 안 전 서울대 교수 지지표를 충분히 끌어들이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문 후보 측의 포섭ㆍ포용력 부족에 분명한 무게중심을 두면서 안 전 서울대 교수 측의 책임의식 부족도 짚었다. 이어 단일화 필승론에 심취해 체계적 정세분석과 유권자 의식 청취에 실패한 이해찬 전 대표의 책임도 거론했다.
그 동안 제기된 다양한 시각을 잘 걸러서 간추렸다. 민주당의 '자체 결함', 평소에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생활 정치, 하방 정치, 지역 정치'에 대한 노력 부족, 과도한 이념 치중 등을 고루 짚어 객관성을 높였다. 아울러 정치적 책임윤리의 실천을 민주당의 당면 과제라고 강조하고, 김부겸 전 의원의 5ㆍ4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예로 들어 4ㆍ11 총선과 18대 대선을 이끈 지도부의 '내 탓이오' 운동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민주당 전체가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 볼 나침반으로 삼을 만하다. 그런데도 보고서에 대한 시각이 계파 별로 확연히 엇갈리듯, 본격적 '내 탓' 운동의 움직임은 아직 기대난이다. 모처럼 마련된 성찰의 기회마저 놓치지 않기를 민주당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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