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이명덕, 김지일 교수팀이 암으로 위를 전부 잘라낸 뒤 합병증으로 소장이 상한 71세 남성에게 뇌사자의 소장을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최고령 소장 이식이다.
이 교수팀은 “소장 괴사로 단장증후군(소장이 망가져 짧아지는 병)을 앓던 권모씨에게 지난해 12월 소장을 이식해 회복 중”이라고 9일 밝혔다.
권씨의 소장에 문제가 생긴 건 위암으로 위 전체를 떼어낸 뒤였다. 위를 잘라내면 소장을 식도에 연결하는데, 이렇게 연결한 소장이 뱃속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연결 부위부터 대장 가까이까지 썩어 들어간 것이다. 급기야 소화와 배변 기능이 거의 망가져 먹질 못하는 상태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바로 수술하기에는 위험이 컸다. 오랫동안 먹지 못한 탓에 간까지 나빠져 있었고, 위암 수술 후 3년도 안돼 완치됐는지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의료진은 정맥주사로 영양을 공급하며 기다렸다. 그러나 장에서 변이 빠져 나와 뱃속에 차면서 패혈증 우려가 커졌고, 하는 수 없이 남은 소장의 폭을 좁히고 길이를 늘리는 수술로 배변 통로를 확보했다. 1년여 사투 중에 지난해 말 적합한 뇌사자를 찾아 극적으로 이식에 성공했다. 이식된 소장 일부가 아직 몸 밖에 나와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권씨는 조심스럽게 식사를 시작했고, 부족한 영양분은 정맥주사로 보충 받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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