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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공신' 배출가스 저감 장치, 돈 문제로 '뒤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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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공신' 배출가스 저감 장치, 돈 문제로 '뒤탈'

입력
2013.04.0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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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수도권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ㆍ직경 10㎛이하) 농도는 69㎍/㎥. 그로부터 10년 흐른 지난해 미세먼지 농도는 무려 40% 가까이 감소한 44㎍/㎥를 기록했다. 공사판 근처의 먼지투성이 공기를 단시일 안에 이렇게 개선한 건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일. 2004년 시행된 '수도권 대기질 개선 특별대책' 덕분인데, 시행된 여러 사업들 가운데 '배출가스 저감장치 사업'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이 사업은 트럭, 승합차 등 디젤 자동차의 배기구에 일종의 필터를 장착하는 것. 1기(2005~2014년) 사업비 1조5,000억원 중 지난해까지 약 1조원이 집행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미국 뉴욕의 2배에 달한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긴 했지만 수도권 대기환경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등을 통해 내년까지 40㎍/㎥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미세먼지를 잡은 이 효자사업이 최근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9일 환경부와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380만~560만원짜리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정부 예산지원으로 달았던 70만대의 차들이 하나 둘씩 폐차되거나, 중고차로서 해외 수출길에 오르면서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복잡한 사연은 저감장치 제작사들이 경쟁적으로 장치를 설치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엔 저감장치 장착 총비용의 90% 이상을 정부가 댔지만 10만원 안팎의 비용은 자기 부담금 형식으로 차주에 부과했는데 업체간 경쟁이 붙으면서 이마저도 업체들이 '나중에 달라'며 스스로 대납한 뒤 설치했다. 이 때의 채권(제작사)-채무(차주) 관계가 폐차나 해외수출로 등록말소를 하게 되면서 불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2년전 1톤 화물 트럭을 중고차 시장에서 구입한 뒤 사용하다 최근 폐차한 자영업자 오모(52)씨의 예가 대표적이다. 폐차업자로부터 "고철 값 80만원 중 10만원은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오씨는 "저감장치 제작사와 원래 차주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가 아무런 기록도 없이 제3자인 나한테 전가된 것"이라며 "액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 돈을 왜 내가 내야 하는지 억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오씨처럼 억울하게 남의 채무를 대신 내는 경우가 한 달에 3,000건에 달하며, 이런 피해자가 향후 10년 정도는 계속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황당한 건 이 돈을 장치제작사가 아닌 정부에 낸다는 점. 저감장치 안에는 백금 등 재활용 가능한 귀금속 부품이 있어 폐차나 해외반출 시 반납해야 하는데, 자기부담금을 정부에 내야 반납확인증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제작사들이 출혈경쟁을 거치면서 자기부담금을 대납해준 게 문제다. 처음부터 이런 편법을 막았어야 할 환경부가 이제 와서 오히려 제작사를 대신해 돈까지 수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저감장치 장착 당시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를 의무화하지 못한 건 실수"라며 "하지만 제작사와 차주, 폐차업자, 중고차 수출업자 등이 얽혀 있어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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