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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의 시간] <14> 음(陰)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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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의 시간] <14> 음(陰)에 대해

입력
2013.04.0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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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 생활을 접고 다른 삶을 살고 싶습니다만 과연 제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날씨가 무척이나 따뜻했던 어느날,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의 50대 초반 남자분이 전화를 주셨다.

그 분의 사주(四柱)를 보니 재무?회계 전문가로써 평생에 걸쳐 재물이 풍부하고 자식도 아들, 딸 둘 다 전형적인 길격으로써 부모에 대한 효심이 지극하므로 노년에 자식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니 상길(上吉)에 해당되고, 아내 역시 전형적인 여성상이라 남편에 대한 지극한 마음이 있고 평생 우아한 삶을 살아가는 좋은 명에 해당되었다. 아울러, 본인은 건강도 문제가 없으니 병으로 크게 아프거나 고생하지도 않는 경우에 해당되니 전형적인 상격(上格)에 해당되었다.

다만, 세상에는 완벽한 사주는 없는 법인데 그 분은 관운(官運)이 따르지 않는 사주였다. 즉, 다른 모든 것은 다 괜찮은 편이나 명예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그렇지가 않은데 남자에게서 이런 경우는 대체로 직장이나, 직업이 그다지 명예롭지가 못하다 보니 남들 보기는 편안해 보이나 당사자 속으로는 명예나 직업에 대해 항상 불만이 가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불어, 그 분 사주에서 수시로 육의격형(六儀擊刑)이 들어오고 형살이 나타나니 틀림없이 음적인 자금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필시 몇년 주기로 국세청이나 경찰, 검찰 등에 불려가야 했을 것이다.

"음지에서 자라는 풀은 양지로 나오면 말라서 비틀어지다가 결국 죽게 됩니다.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답답하시겠지만 지금은 현재의 일을 변동없이 그대로 해 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겠습니다" 라고 필자는 그 분에게 답변드렸다.

필자의 답변을 들은 그 분은 조그마한 탄식과 함께 한동안 말없이 있었다. 아마도, 많은 시간 고민한 사안일텐데 필자가 일거에 안된다고 했으니 다소 답답한 마음과 함께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증권 개미투자자 라고 말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국내외 부정한 자금 등을 세탁하거나 관리하는 전문가였다. 그 스스로도 일류대를 나온 자신이 왜 그런 일을 하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어느날 문득,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심각한 문제 의식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분은 "예전에는 돈만 많이 벌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식들도 커가고 아내에게도 내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숨기고 살다보니 답답해서 죽을 것 같더군요. 저는 평생 이렇게 살아 가야만 하나요?" 라고 토로했다.

운이 좋게도 그 분의 경우는 7년 후에 직장, 명예와 관련되어 큰 변동이 오는 시기를 만나게 되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되지는 않는데 말 그대로 운이 좋아야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역학(易學)은 음양오행(陰陽五行)을 근간으로 사람과 세상사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인데 오행(五行)을 논하기에 앞서 크게는 먼저 음(陰)과 양(陽)으로 구분한다. 양(陽)은 밝고, 높고, 외형적이고 과시적이라면 음(陰)은 어둡고, 낮고, 내면적이고 숨는 성향을 보이는데 사람도, 기업도, 국가 역시도 마찬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양의 성정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음의 직업이나 직장에 가서 일한다면 견뎌내기 어렵고, 자신의 성정과 비슷한 양의 직업이나 직장을 가진다면 편안해 진다. 이처럼 자신의 근본적인 성정과 잘맞는 직장이나 주변 환경 등이 자연스럽게 조성되는 것을 운이 좋은 시기로 보는데 이를 사주명리학에서는 5년 단위의 대운으로 구분하여 확인할 수 있고, 기문학에서는 유년운(流年運)이라 하여 특정 시기별 운에 대해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데 위의 사례와 같이 인생 전체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특정 시기가 오면 반드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나 그 반대라면 자신이 원하는 삶과는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게 된다.

세상에는 개과천선(改過遷善)하는 분들의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 분들의 경우 대체로 운이 좋은 경우에 해당된다. 실제로 감명을 해보면 길운(吉運)이 오는 시기에 기존의 삶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서 생활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는 종교적 영향이나 배우자, 자식 등으로 인해 자극을 받아 삶에 변화가 오는데 어떤 형태로 보건 길운의 시기가 되어야만 변동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위와는 달리 세상에는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평생 범죄만 저지르고 남에게 해만 끼치는 사람의 운명을 감명해 보면 항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운이 나쁜 시기만 되면 범죄를 저지르는데 일반인에 비해 그 시기가 너무 잦다는 특징이 있다.

"내가 이렇게 살고 싶어서 삽니까? 살다보니, 어쩔 수 없으니 그런 거예요" 어느 범죄자의 항변이기도 하나 실상은 우리 모두의 삶의 상황과도 비슷하다.

음과 양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양이 있으니 음이 존재하는 것이고, 음이 있으니 양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고로, 세상에는 지금 양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만큼 비례하여 음(陰)의 삶이 존재하고 있으니 너무 이질적으로 바라보지만 말고 조금 더 따스한 눈으로 그들을 대해보면 어떨까 한다.

지금 음의 직업이나 음의 삶을 살고 있기에 양으로 나오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왕이면 운이 좋은 시기에 변동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운이 좋은 시기에는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역술인 부경(赴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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