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경제 개혁 정책인 대처리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대처리즘이 이후 영국 사회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대처리즘은 대처 전 총리 집권 당시 영국의 경제적 쇠퇴와 그로 인한 침체되고 무기력한 사회 분위기인 '영국병'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자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일련의 정책 흐름이다.
하지만 대처리즘은 '제3의 길'을 주창자인 영국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모순되는 이념의 접합"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모순이 많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했다. 대처 전 총리 집권 하에서 높은 실업률을 목격하며 자라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무기력증에 빠진 '대처의 아이들' 세대가 대표적 예다.
대처리즘에 대한 반발이 창조적 활동으로 이어져 영국 문화가 부흥하는 역설적 영향도 있었다. 대처 전 총리가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공공기관인 예술위원회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이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형성한 반문화가 영국 예술 혁명을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처 전 총리가 3선에 도전한 1987년 클래시, 폴 웰러, 매드니스, 빌리 브렉, 엘비스 코스텔로 등 유명 뮤지션들이 단결해 이끈 대처 반대 캠페인이 대표적 예다. 이들은 파업 광부들을 위한 모금 공연을 열었고 공개적으로 노동당을 지지했다. 지원이 끊긴 미술계는 창고에서 게릴라 전시 등 대안적 활동 방식을 모색했고 이런 시도가 훗날 영국 현대 미술의 부흥기로 이어졌다. 저자인 데이비드 카바츠 런던정경대 교수는 "대처 전 총리가 영국 예술의 기반을 공격하지 않았다면 그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현대 영국의 지적 예술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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