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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보증 외면에… 수주 날리는 중소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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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보증 외면에… 수주 날리는 중소 건설사

입력
2013.04.0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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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45명, 연 매출 150억원의 중소건설사 A사는 지난 2주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3만달러 규모의 보증 때문에 100만달러짜리 싱가포르 석유화학공장 설비 공사를 놓칠 뻔한 것. 발주처는 A사에게 사실상 사업 수주를 보장하는 발주통보서를 보내면서 선수금과 이행보증을 합쳐 은행의 보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재무상태에 따라 보증서를 발급하기 때문에 중소건설사가 보증서를 받는 건 하늘에 별 따기나 다름없다. 마음이 급해진 A사 사장은 지난주 초 주거래은행에 달려갔지만 대답은 "노"였고, 사흘이나 매달린 끝에 겨우 보증서를 받을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사장이 집을 담보로 잡히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A사의 사례는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 은행들이 중소건설회사에 대한 보증을 외면해 어렵게 따낸 해외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중견기업 28곳, 중소기업 3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중견기업의 6.7%, 중소기업의 9.7%가 해외건설 보증문제로 수주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응답업체들은 보증문제로 인한 수주 실패가 전체 수주 실패의 40%를 넘는다고 밝혔다.

중소건설회사 입장에서 금융기관의 보증 외면은 '손톱 밑 가시'나 다름없다. 수주금액의 최대 30%에 불과한데도 은행들이 사업성 대신 담보나 재무상태만 따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건설회사들의 해외 진출 활로를 열어주진 못할망정 가로막는 보증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외건설 사업에서 현지 발주처는 수주기업에게 금융기관이 발급한 선수금 보증서, 이행보증서를 요구한다. 예컨대 1억달러 규모 사업을 수주했다면 1,000만달러 규모의 보증서를 요구하는 식이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부분 중소건설업체에겐 힘이 부치는 담보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시중은행이 담보를 거절하면 제2금융권 등으로부터 복수의 보증을 받아야 해 보증수수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반면 대형업체에게 담보를 요구하는 은행은 거의 없다.

금융회사들은 차별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은행 관계자는 "해외건설은 국내사업보다 위험이 큰데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신용도가 낮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영진 한양대 공학대학원 교수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사업성을 판단할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규환 해외건설협회 자문위원은 "중소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심각한 만큼 재무구조뿐만 아니라 수주한 사업의 사업성을 평가해 보증서를 발급하는 시스템을 빨리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건설 지원을 국정과제로 삼은 정부는 최근 청와대 안에 해외건설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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