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군 군종신부였던 에밀 카폰 대위가 미국 최고 군사훈장인 '명예의 훈장'을 받는다. 사망 60여년 만에 주어지는 훈장이다.
미 국방부가 11일 백악관에서 카폰 대위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기념식을 연다고 AP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캔자스주 필센 교구 신부였던 카폰 대위는 1950년 7월 한국전쟁에 참전한 후 원산에서 중공군에 잡혀 포로수용소로 보내졌다가 51년 5월 폐렴과 이질이 악화해 35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는 전쟁터에서 포탄이 빗발치는 와중에 사체들 사이에 숨어 죽어가는 병사들을 위한 임종기도를 올렸으며, 포로수용소에서도 적군의 저장고에서 음식과 약을 훔쳐 포로들을 돌봤다. 적군이 부상이 심한 포로를 처형하려 하자 맞서 집행을 막기도 했다.
카폰 대위의 영웅적인 헌신은 한국전쟁 휴전 후 미군 병사들의 증언을 통해 알려졌다. 그와 같은 부대에 있었던 마이크 다우 전 중위는 54년 한 일간지에 카폰 대위의 행적을 소개했다. 이후 여러 참전 병사들이 수십년간 백악관과 의회에 그의 명예 훈장 추서를 건의했다.
훈장은 카폰 대위의 조카인 레이 카폰이 대신해 받는다. 레이는 "삼촌의 공적을 인정 받는 것은 가족의 영예일 뿐 아니라 역사적인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족뿐 아니라 다우 등 참전 병사들도 참석해 카폰 대위를 기릴 예정이다.
한편 가톨릭 교단은 카폰 대위에 성인 칭호를 부여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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