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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체니는 전범이자 약탈자… 전 세계 앞에서 죄를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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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체니는 전범이자 약탈자… 전 세계 앞에서 죄를 인정하라”

입력
2013.04.0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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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끝나가는 지금 마지막으로 쓰는 편지입니다. 당신들은 수천명의 미국 젊은이들을 죽인 살인자이며 전쟁범죄자이고 약탈자입니다. 나는 당신들이 재판 받기를 바라지만, 그보다 먼저 미국민과 전세계 앞에서 당신들의 범죄를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파병됐다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죽음을 앞둔 퇴역군인이 이라크전을 주도한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에게 보낸 편지가 공개됐다.

8일 미국 공영라디오(NPR)에 따르면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투병 중인 토머스 영(34)은 지난달 19일 이라크전 10주년을 맞아 부시 등에게 "이라크에서 사망한 4,488명의 병사와 부상당한 수십만명의 퇴역군인을 대신해 쓴다"고 편지를 보냈다.

혈기왕성한 22세 운동선수였던 영은 2001년 9ㆍ11테러가 발생한 이틀 뒤 "아프가니스탄에 가서 (9ㆍ11테러와 연계된) 탈레반에 복수하기 위해" 군에 지원했다. 그러나 그는 테러와 전혀 관련없는 이라크로 파병됐다. 그곳에서 총을 맞고 신체 일부가 마비된 채 퇴역했다.

그는 편지에서 "나는 선제공격의 전쟁에 참여하려 지원한 것이 아니다"며 "선제공격은 국제법으로도 금지하고 있다"고 이라크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어 "살인은 죄가 아닌가. 거짓과 약탈과 이기적인 야망은 죄가 아닌가. 나는 기독교의 이상을 알고 있으며, 기독교도인척 하는 부시는 자신이 형제들에게 한 짓을 결국 되돌려 받을 것으로 믿는다"고 적었다.

퇴역 후 반전운동을 해온 그는 2007년 반전 다큐멘터리 '바디 오브 워'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하지만 그는 정작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았다. 영은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쟁의 현실을 알게 돼서 기쁘다"면서 "그러나 그것을 보면 건강했을 때의 내가 떠오를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큐멘터리가 완성된 몇 달 후 응고된 혈액이 폐를 막아 뇌 손상이 오면서 건강이 급속히 악화했다. 사지마비가 왔고, 손은 뒤틀렸으며, 말은 어눌해졌다. 지난해 여름 끔찍한 통증이 찾아온 후 결장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으나 몇 달 후 통증은 또 찾아왔다.

9년의 투병생활 끝에 영은 2월 더 이상 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하루 100알씩 먹던 약 복용을 중단하고 음식물 공급 튜브도 제거했다. 호스피스 치료만 받고 있다. 지금은 임박한 죽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지난해 봄 결혼한 아내 클라우디아 쿠엘라는 "그는 나의 영웅"이라며 "수없이 수술 받는 것이 비인간적으로 느껴진다"며 남편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어머니인 캐시 스미스는 "아들을 전쟁에 보낸 것을 통탄하고, 내가 가져보지 못한 손자들을 통탄하며, 무엇보다 이 모든 고통이 생길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고 비통해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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