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잠정 폐쇄 단계로 접어들면서, 입주 중소기업들로선 피해보상을 위해 보험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다. 하지만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업계에선 "부도 나고 나서 돈 받아 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는 항변이 이어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개성공단에 입주한 대부분 기업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한국수출입은행이 운용하는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경협보험)에 가입해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총 123개 제조기업 중 96개 회사가 가입했을 정도로 입주기업들로선 이 보험이 '유일한 보호장치'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보험처리를 받은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하다. 그만큼 보험금 수령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경협보험은 사업정지기간이 최소 1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만 보험금 지급여부를 검토한다. 1~2주 이내에 공장가동이 재개되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잠정 폐쇄되고 당분간 쉽게 열리기 힘들게 된 만큼, 다행인지 불행인지 보험수령요건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절차가 너무 까다롭고 긴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 조사기간만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입주기업들이 보험금을 손에 쥐려면 4~5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기업들로선 공장가동중단으로 당장 오늘 내일의 운영자금에 압박을 받는데, 몇 달씩 기다려야 한다는 건 사실상 보험이 무용지물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식이라면 회사가 망한 다음에 보험금을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결정된 대북 신규 투자 금지조치(5ㆍ24조치)도 입주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경협보험은 입주기업들의 총 투자금액 가운데 90%까지 보상해주도록 하고 있는데, 원칙적으로 신규투자가 금지된 5ㆍ24조치 이후에 공장에 들어간 기계나 설비 등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입주기업인 B사 대표는 "정부는 신규투자를 금지했지만 공장을 돌리려면 노후설비에 대한 추가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회사는 총 투자금액 50억원 가운데 24억원을 5ㆍ24 조치 이후에 집행했는데 결국 이건 보상을 못 받는다고 하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했다.
경협보험 약관에는 보험적용이 되는 경우를 ▲수용위험 ▲송금위험 ▲전쟁위험 ▲약정불이행 위험 ▲불가항력 위험 등 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현재까지 이번 개성공단 잠정 폐쇄를 어떤 경우로 분류할지 결론내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 상황이 아닌 만큼 수출입은행이 속전속결로 일처리를 해주지 않으면 대부분 입주기업들은 도산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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