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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종이 한 장의 ‘미본토타격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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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종이 한 장의 ‘미본토타격계획’

입력
2013.04.0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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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일으키는 '핵전쟁' 광풍이 쉬이 가라앉을 줄 모른다.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저들의 위협을 마냥 허풍으로 들어 넘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 괌 등을 넘어 미 본토까지 공격하겠다니 엄포가 지나치다. 미국이 "북한은 아직 그럴 능력이 없다"는 데도 혼자 떠드는 속셈을 짐작하기 어렵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아주 무시하는 건 아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북한의 미 본토 위협에 맞서 2017년까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의 탄도미사일 요격망을 늘리겠다고 했다. 북한이 로동신문에 공개한 '미본토타격계획'의 표적은 하와이 알래스카와 태평양함대사령부가 있는 샌디에이고, 수도 워싱턴과 텍사스주 오스틴 등이다. 사실상 미국 전역을 노리는 셈이다.

북한이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거야 제 신명대로다. 다만 그게 기껏 큰 종이에 한반도와 미국 지도를 그리고 미사일 궤적을 그어 놓은 것이라면 어째 코믹하다. 로동신문 사진에는 김정은이 지휘 벙커 같은 곳에 앉아있고, 그 옆에 '미본토타격계획'이라고 쓴 작전요도(要圖)가 걸렸다. 몇 십 년 전 우리 군 등에서도 많이 쓰던 종이 괘도(掛圖), 걸그림이다. 초강대국 미국을 핵무기로 타격한다는 포부에 비해 조잡하다. 핵과 미사일 능력을 한껏 자랑하는 북한 최고지휘부의 종이 괘도는 디지털 시대에 우스꽝스럽다.

그래서일까. 북한의 타격 표적이 된 텍사스의 릭 페리 주지사는 이렇게 눙쳤다. "텍사스 오스틴이 경제 중심으로 발전해 미국의 아주 중요한 도시라는 걸 북한도 아는 모양이다." 미국인들이 비웃는 미 본토 타격계획을 대단한 것처럼 공개한 속셈이 도대체 궁금하다.

겉보기는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에 맞서기 위해서다. 특히 미 본토에서 B-2 스텔스전략폭격기가 한반도까지 왕복비행하며 핵 폭격 훈련을 한 것이 북한을 자극했을 법하다. B-2의 장거리 폭격 훈련은 북한 핵에 맞서 한국과 일본에 확장된 억지력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공약 실행의지를 확인시킨 것이다.

그러나 연례 한미 연합훈련이 새삼 북한을 자극했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올해는 B-2와 B-52 전략폭격기, 공격용 핵잠수함의 참여를 이례적으로 공개했지만 북한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으로선 대북 경고용보다는 한국의 '핵개발' 여론을 무마, 긴장을 통제하려는 목적이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초강경 언행도 핵무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는 목적이 있겠지만 '거의 8할은' 내부 선동용일 가능성이 크다. 철천지원수 미국과 담대하게 맞상대하는 모습을 인민에게 과시, 김정은 권력의 정당성과 위상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그 와중에 왕년의 미 농구스타와 유쾌하게 어울리는 쇼를 연출한 것도 국제적 지도자 면모를 인민들에게 자랑한 게 아닐까 싶다. 핵무장과 함께 미국에 전혀 굴하지 않는 지도력을 과시한 만큼, 이제 '경제 강성대국'에 매진하자는 메시지를 인민들에게 주입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경제 일꾼 박봉주를 다시 내각총리에 발탁한 것과 그렇게 맞물린다.

북한 주재 영국 외교관은 김정은이 오바마 대통령과 통화를 원한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것도 근본적 타협보다는 자신의 위상과 외교력을 인민에게 과시하려는 속셈으로 비친다.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는 이들이 있지만, 미국은 '나쁜 행동에 보상은 없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생일 '태양절'을 앞두고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 것으로 광풍의 끝을 장식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북한의 기세만 드높일 대화를 섣불리 모색하기보다는 국지 도발에 대비하면서 사나운 바람이 지나가기를 차분히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지금으로선 대화 주장은 저들의 허황된 짓거리를 부추기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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