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유명 영화감독 비가스 루나가 6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인근 자택에서 숨졌다고 AP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향년 67세.
고인은 오랫동안 암 투병 중이었으며, 최근까지도 작품 준비를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46년 바르셀로나 사리아에서 태어난 고인은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다. 73년 영화 '농부들'로 데뷔해 영화계와 인연을 맺었으며, 92년 영화'하몽하몽'으로 그해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이 작품으로 톱스타 부부인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놀로페 크루즈를 배출해 유명 스타로 만들기도 했다. 또한 영화 '골든 볼'로는 93년 산 세바스찬 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영화 '달과 꼭지'로는 94년 베니스영화제 각본상을 각각 받으며 승승장구 했다. 97년엔 카이로국제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쥐며 명실공히 스페인 영화계의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스페인 영화계 내부에선 유독 성에 탐닉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두고 "외설적이다"는 비판도 적지 않아 남다른 실험정신을 높이 산 해외 평가와는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
고인은 영화뿐만 아니라 문학과 미술에도 조예가 깊었다. 64년 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표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뒤늦게 미술 공부에 뛰어들어 친구와 스튜디오를 개관,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고인의 뮤즈로 불리는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는 "열네 살 때인 90년 영화 '룰루'의 캐스팅을 위해 그가 던진 첫 질문이 생생하다"며 "'아직 어려서 이 영화를 찍을 수 없지만, 내가 꼭 다시 전화를 할 거다'했는데 정말 3년 후 '하몽하몽'을 함께 작업하자고 연락이 왔을 땐 깜짝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크루즈는 "그는 정말 특별한 사람이었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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