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한국 야구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은 8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1이닝 3안타(1홈런) 2실점으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뒀다. 총 101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은 6개였고 볼넷은 2개, 직구 최고 시속은 93마일(150㎞)이었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호투를 앞세워 6-2로 승리하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3위(4승2패) 자리를 지켰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1승1패를 기록한 류현진은 평균 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그 동안 류현진에 앞서 메이저리그 승리를 거둔 한국인 투수는 총 8명이었다. 1996년 박찬호(LA 다저스)를 시작으로 1999년 김병현(넥센ㆍ당시 애리조나) 2003년 서재응(KIAㆍ당시 뉴욕 메츠)등이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가장 최근엔 2007년 류제국(LG)이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고 구원승을 거뒀다. 이날 류현진은 9번째 한국인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알렸던 선배들의 업적을 계승했다.
모처럼 나온 선발승이기도 했다. 한국인 투수들은 2009년 5월13일 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이던 박찬호 이후 선발승을 따내지 못했다. 많은 유망주들은 빅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 거세게 불었던 메이저리그 열풍은 차갑게 식었다. 하지만 선발 류현진이 4년 만에 미국 마운드를 점령하면서 제 2의 메이저리그 열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이날 직구(50개)와 체인지업(27개), 슬라이더(16개)와 커브(8개) 등 4가지 구종을 적절히 섞어 던졌다. 데뷔전이었던 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는 체인지업 비중이 높았지만 이날은 고비 때 마다 슬라이더로 효과를 봤다. 현지 해설자는 "경기 중반부터 변화구가 예리하게 꺾였다"고 말했다.
긴장한 탓인지 출발은 불안했다. 1회 선두타자 스탈링 마르테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고, 1사 후 피츠버그의 간판 타자 앤드루 매커친에게 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볼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직구가 바깥쪽에 높게 형성되며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맞았다. 류현진은 실점 후에도 4번 개비 산체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등 흔들렸지만, 3루수 후안 유리베의 호수비 덕분에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2회부터는 안정을 찾았다. 3회 1번 마르테에게 기습 번트로 1안타를 내줬을 뿐 특별한 위기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특히 6회 1사 후 4번 산체스와 5번 마이클 맥켄리, 7회 선두 타자 6번 호세 타바타를 연속해서 삼진으로 잡는 장면은 백미였다. 예정된 투구수 100개를 채우자 돈 매팅리 감독은 직접 마운드에 올라 류현진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투수 교체를 했다.
이날 다저스 타선은 0-2로 뒤진 1회말 곧바로 동점을 만들어 첫 승을 지원 사격했다. 1사 후 2번 닉 푼토, 3번 맷 켐프가 연속 안타로 1사 2ㆍ3루를 만들었고 4번 아드리안 곤살레스가 깨끗한 2타점짜리 중전 안타를 쳤다. 또 다저스 타선은 3회와 5회에 각각 1점, 7회 2점을 달아나며 4점 차 승리를 완성했다.
감격적인 첫 승을 거둔 류현진은 1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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