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 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했다고 주장하는 어나니머스(Anonymous)의 실체와 행적에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중립집단이라는 어나니머스가 남북대립이 첨예한 이 시점에 북한을 공개비판하고 우리민족끼리 회원 계정을 폭로한 배경부터 사실 불투명하다.
‘익명인’이란 이름이 뜻하듯 어나니머스는 회원과 규모 등 정체를 철저히 숨긴 국제적인 해킹집단. 미국 극비정보를 공개한 위키리크스 기부를 막은 비자 등 결제사이트를 디도스 공격하며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일본 소니나 중국 방위산업체 해킹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했지만 남북한의 미묘한 시기에 처음으로 한반도 문제에 간여한 것이다.
우선 어나니머스가 하필 대남선전용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 타깃으로 삼았는지가 의문이다. 북한이 운영하는 공개 인터넷사이트는 대략 130여개. 이 가운데 노동신문, 민족통신, 코리안뉴스, 조총련계에서 운영하는 조선신보 등 우리민족끼리 같은 선전용 사이트도 많다. 이들 사이트들은 국내에서는 접속이 되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접속이 가능하다.
물론 북핵 위기나 남북갈등 등을 통해 우리민족끼리라는 사이트가 해외언론에도 이름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더 유명한 북한 사이트를 제쳐놓고 우리민족끼리 회원계정을 털게 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국내가입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남남갈등이나 공안정국 조성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실제로 어나니머스의 폭로 이후 인터넷에서는 신상정보를 턴 뒤 ‘죄수번호’를 붙여 종북 인사로 매도하고, 보안당국은 내사에 착수했다. 야권에서는 “마녀사냥을 중단하라”고 촉구 중이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번 해킹은 어나니머스 그룹 내 한국인이 주도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들 해킹집단은 7일 ‘어나니머스 코리아’라는 명의로 “북한 지도자 김정은 사임, 북한의 자유민주주의 도입, 핵포기, 북한 주민에 제한없는 인터넷 제공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어나니머스 코리아 회원이 수십 명 된다는 설도 있지만 실체는 확인된 게 없다.
해커 출신으로 온라인보안전문업체 에스이웍스를 운영하는 홍민표 대표는 “좌우가 없는 무정부주의자들이라 정치적 성향 표출은 어나니머스의 취지랑 어긋난다”며 “북한 사이트를 해킹한 이번 건은 그들의 짓이 맞는지 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전문가들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집단의 실체도 모르는데 의도와 목적을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분석에 어려움을 표하고 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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