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의 범죄 통계가 부실한 근본 원인은 1차적으로 일선 현장에서부터 통계 입력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경찰이나 검찰은 '범죄 발생''피의자 검거' 등 단계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정해진 항목을 입력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다른 일도 많은데'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통계 입력을 아예 하지 않거나 부실기재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경찰청이 발간한 '2011년 범죄통계'를 보더라도 이는 쉽게 드러난다. 검거 여부를 표기하는 '검거자' 항목은 전체 191만3,049건 가운데 32%인 62만여건이 공란으로 남겨져 있었으며 '범죄자와 피해자 간 관계' 항목 역시 전체 181만5,233건 중 29.1%인 52만9,043건이 미분류로 표기될 정도다.
게다가 한 범죄자가 여러 건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기록하는 것도 관행처럼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문서위조로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가로챈 사기 범죄의 경우 사기와 사문서 위조, 사문서 행사 등 여러 범죄가 일어났지만 사기죄 하나만 입력하는 식이다. 당연히 사문서 위조 등의 범죄는 실제보다 적게 반영이 될 수밖에 없다.
발생과 검거 때 달라지는 수치를 그냥 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기 피해 신고가 접수돼 처음에는 10억원의 사기 사건이 발생했더라도 범인을 검거했을 때는 1억원으로 사기액수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국 통계상으로는 10억원의 사기 사건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사법처리과정에서 달라지는 죄명이나 피해액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검거 기록을 누락해 폭행 치사였다가 검거 후 살인이 된 사건이 기록으로는 폭행치사로 남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 사건에 경우 나중에 피해 물품을 회수했지만, 기록에 넣지 않아 피해액이 발생 당시 그대로 가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물론 경찰이나 검찰도 할 말은 있다. 범죄 통계 기입란이 너무 복잡하고, 하나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단계별로 수 십 가지 항목을 일일이 반복해 기입해야 하는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사할 때마다 조서 쓰고, 통계 항목은 그것대로 기입해야 하는데 문서 작업을 몇 번씩 반복해야 하는 고초를 이해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승진과목 수사과목에 범죄통계 내용도 있긴 하지만 내용이 복잡하고 어려워 거의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털어놨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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