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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軍 관사… 또 다른 갈등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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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軍 관사… 또 다른 갈등 불씨

입력
2013.04.0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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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1시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제주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 공사 현장 입구. 구럼비 해안으로 가는 길목은 온갖 장애물들로 막혀 있었다.

'강정마을 지켜주세요'라는 글귀가 붙은 의자 9개가 입구를 막았고 '민군 복합항 사기극' 따위가 쓰인 현수막도 펄럭였다. 지킴이 노릇을 하는 시위대 5명은 의자에 앉아 공사 차량이 들어오는지를 감시하고 있었다. 군이 외려 평화를 해친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시위대의 주축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오랜 사회적 논란 끝에 지난해 3월 재개됐지만 기지 부대 시설인 군 관사 건립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군은 기지 인근 강정초교 남서쪽에 2015년까지 300세대 규모의 관사를 지을 계획인데 현재 이에 찬성하는 토지주들에게서 토지를 사들이고 있다. 해군 측은 "군 아파트를 지으면 250세대만 입주해도 폐교 위기에 놓인 강정초교를 살리고 노령층이 많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주민들을 설득 중이다. 강정초의 올해 입학생은 8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군의 호의를 선선히 믿지 않고 있다. 300세대가 넘는 군인 가족이 들어오면 마을의 모든 결정이 군 마음대로 내려질 공산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지역공동체 유지"라고 말했다.

국회가 올 1월 해군기지 예산안(2,010억원)을 통과시켰고, 군은 최근 시공업체와 올해 공사 분량에 대한 계약까지 맺었지만 시위대 탓에 공사는 좀처럼 나아가지 않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예수회 소속 신부들은 천막에서 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한 미사를 날마다 진행하고 있다. 항만공사는 1, 2공구의 공정률이 각각 39.3%, 29.9% 수준이고 육상공사는 아예 시작도 못했다. 군은 경찰 없이는 공사 차량 통행 조차 못하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방파제 공사 지연으로 당장 올 여름 태풍 대비가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미군 항공모함 배치를 위한 설계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히 갈등의 불씨다. 이에 대해 윤석한 기지 건설사업단 공사관리실장(해군 대령)은 "항모가 입항할 수는 있지만 계류만 가능할 뿐 한국이 지원하는 일은 일절 없다"고 일축했다. 2015년 말까지 총 1조339억원의 예산으로 건설되는 제주해군기지는 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과 잠수함 등으로 이뤄진 기동전단의 모항 역할과 함께, 크루즈선 입ㆍ출항이 가능한 민간항 기능을 맡게 된다. 글ㆍ사진 국방부 공동취재단

서귀포=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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