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공격해, 1만5,000여명의 회원정보를 탈취했다고 주장한 해커그룹'어나니머스(anonymousㆍ익명)코리아'는 아직까지 정체가 오리무중이다.
이들의 모체로 알려진 어나니머스는 2000년대 초 미국 커뮤니티사이트 '4chan'에서 활동하던 이용자들이 사이버전을 통해 연합한 게 시초로 알려졌다. 하지만 규모와 구성원은 일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어나니머스의 핵심 구호는 바로'지식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검열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을 활동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0년에 미국 정부의 극비 정보를 유출한 위키리크스를 지지하기 위해 이 단체에 기부를 막은 비자, 페이팔 등 금융결제 사이트에 디도스(분산서비스ㆍDDoS)공격을 감행해 전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며, 2011년에도 소니 웹사이트를 해킹해 한달 간 마비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어나니머스와 이번에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한 어나니머스코리아가 연관이 있는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민족끼리가 해외에 널리 알려진 사이트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나니머스의 명성을 흉내낸 국내 해커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다. 보안업체 관계자는 "익명성을 강조하는 해커들의 특성상 유명 해킹 그룹의 이름을 흉내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네티즌들은 몇 가지 앞뒤가 맞지 않는 어나니머스코리아의 행태를 문제삼고 있다. 우선 정치적 중립성을 표방하는 글로벌 해킹그룹이라는 주장과 달리 공식계정에 우리 국기를 게재한 점, 어나니머스코리아란 이름을 사용한 점, "종북세력을 색출하라"는 발언 뒤 해당 글을 삭제하고 "앞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이야기한 점 등이 석연찮은 행태로 지적되고 있다.
성명에도 정치적 경고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나 이번 해킹의 목적이 정치적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 '페이스트빈'사이트를 통해 밝힌 성명에서 "북한은 점차 자유와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핵 포기, 김정은 사임, 민주주의 도입, 북한 주민에게 자유로운 인터넷 허용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민족끼리에서 빼낸 개인정보를 모두 삭제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어나니머스코리아는 북한 주민들의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을 위해 별도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성명을 통해 "닌자게이트웨이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곧 완료 예정인 닌자게이트웨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은 검열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닌자게이트웨이란 북한 주민들이 북한 보안당국의 검열을 피해 전세계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일종의 비상구이다. 하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닌자게이트가 완성될 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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