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과 토목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두 단어를 합쳐서 '토건'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원래 유행하던 단어이고, 일본 경제를 망친 주역을 '토건족'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국토부를 토건의 두목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진짜 주범들은 경제 관료들이다. 그들을 한국에서는 '모피아'라고 부른다. 일본의 곳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경제를 재건한 관료주의의 핵심이 바로 대장성이었다. 2001년 결국 해체되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기획재정부를 토건의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결국 해체시켜버린 셈이다. 우리는 다르지 않은가? PF라고 불리는 토건 금융을 지금까지 주도해온 사람들이 바로 경제관료이고, 저축은행 사태 등 지금의 경제 위기의 주범들도 바로 이 사람들이다. 일본과 다를 건 없지만, 권력 관계가 다르다. 우리는 그 모피아들을 견제할 세력이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과연 기존의 토건세력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이게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리고 부동산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창조라는 얼굴과 토건이라는 몸통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경제는 결국 구체계로 가는 중이다. 어차피 이긴 자들의 선택이니까, 막을 힘도 없고, 막을 세력도 없다.
그 종합대책 중에서 가장 이상한 건 수직증축 리노베이션이라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에서 주택 분양하는 것은 대거 줄였다. 한국의 토건파들은 '공급파'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 스스로가 공급을 줄이기로 한 결정은 큰 결정이다. 공급을 줄여서 가격을 높이겠다, 이론적으로는 일관된 얘기다. 그런데 수직증축은 다시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다. 한 쪽에서 줄이면서 다시 늘린다, 여기에서부터 종합대책의 일관성이 꼬이기 시작한다.
수직증축이 대체 뭐야? 말이 너무 어렵다. 자, 우리 모두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YS 시절, 분당과 일산에 갑자기 아파트를 지으면서 중국산 모래를 썼다는 둥, 안전성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아파트들이 언젠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오랫동안 술자리 안주였다. 리노베이션이라는 건 말이 어렵지, 그냥 집 고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한국의 대부분의 집주인은 자기 돈을 들여서 집을 고친다. 그런데 중국산 모래로 의심을 받는 그 아파트 주인들은, 거기에 몇 층을 더 올리면서 남의 돈으로 자기 집을 고쳐야겠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별 차이는 없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번 분당 보궐에 출마할 때 그도 수직증축을 허용한다고 공약으로 걸었다. 그런데 이게 너무 이상한 것이라서, 토건 중의 토건 정치인인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정부에서 "이건 안 된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사안이다. 최소한 토건이라는 눈으로만 보면,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더 강성이다. 사회정의 등 이론적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안전성이 전혀 확보가 안 된 대책이다.
일반 분양 즉 수직증축으로 생겨나는 아파트를 사는 사람의 눈으로 이 사안을 보자. 리노베이션은 그냥 수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다들 자기 호수가 이미 정해져 있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추가로 늘어난 층에 살게 된다. 분양 받지 않더라도 이미 싼 아파트를 인근 지역에서 살 수 있는데, 굳이 기술적 위험을 무릅쓰고 추가된 층수의 아파트를 분양 받을 사람이 있을까? 엄청나게 싼 가격을 주지 않는다면 그걸 살 사람은 거의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분양을 받을 '바보'가 있어야만 돌아가는 제도인데, 그럴 사람은 없어 보인다. 해서도 안 되지만, 할 수도 없는 제도이다. 한번 물어보자. 더 싼 아파트가 이미 있는데, 공사 기간 몇 년을 기다리며 안전성도 확보되지 않아, 기술자들은 위험하다고 하는 그 중국산 모래로 지은 아파트에 식구들을 데리고 들어가겠는가? 그럴 아빠는 없다.
우석훈 타이거 픽쳐스 자문ㆍ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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