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진학을 위해 스리랑카에서 한국에 온 모하메드 이팜(22)은 행인에게 길을 묻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할 때면 경찰관이나 지하철 안내데스크를 찾는다. 한국어로 길을 물어도 손사래 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적잖은 상처를 받아서다. "처음에는 바빠서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왜 그랬는지 알겠더라고요. 피부색이 검으니까 무서워하는 거 같았어요."
혈통과 민족에 대한 의식이 강해 외국인에 배타적인 한국 사회는 특히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에게 좋지 않은 편견을 갖고 있다. 폭력적이고 범죄자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개도국 외국인의 범죄율은 선진국 출신보다 낮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5일 발표한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와 치안실태 연구'에서 2011년 국적별 등록 외국인 10만명당 검거인원 수는 미국(6,756명ㆍ미군 포함), 캐나다(4,124명), 러시아(3,785명)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몽골(7,064명)을 제외하면 파키스탄(2,995명), 베트남(2,205명), 방글라데시(1,174명) 등 개도국 출신 등록 외국인의 범죄가담율은 평균(2,763명)을 조금 웃돌거나 훨씬 낮았다. 2007~2010년 통계도 순위는 비슷하다.
범죄 유형 역시 일반적인 생각과 달랐다.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은 사기, 횡령 등 지능범죄 비율이 가장 높은 반면 미국, 캐나다, 러시아는 모두 폭력범죄가 제일 많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황지태 부연구위원은 "주로 육체노동을 하고 몰려다니기 때문에 위협적으로 보이는데다 오원춘 사건 같은 일부 극악범죄가 뇌리에 남아 개도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폭력적이라는 편견이 일반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신 국가의 이미지도 영향을 미친다. 파키스탄에서 온 이주노동자 탄비르 아헤메르(42)는 "호의적이던 사람들도 파키스탄 출신이란 사실을 알고 난 뒤에는 태도가 돌변해 만나기를 꺼리거나 고압적으로 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활동 등을 통해 외국인과 한국 사람이 한데 어울리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편견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외국인을 분리해 지원하는 제도는 초기 정착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나중에는 심리적인 거리감을 불러일으켜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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