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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일반고-공교육이 무너진다] “자사고 교육과정 평가… 취지에 안맞으면 일반고로 전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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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일반고-공교육이 무너진다] “자사고 교육과정 평가… 취지에 안맞으면 일반고로 전환 검토”

입력
2013.04.0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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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일 차관"MB정부 고교 다양화 정책… 수직적 서열화 역기능 있지만 자사고 폐지 현실적으론 불가"안양옥 회장"일반계 고교와 실업계로 고교 체계 단순하게 하고 일반고에 우수교사 투입해야"김정훈 위원장"특목고 숫자를 줄이고 자사고는 단계적 폐지를 일반고엔 자율 대폭 줘야"배상훈 교수"학교는 입시보다 안내자 역할… 학생의 개성·소질 개발하는 교육 본질에 대한 논의 필요"

수업이 지옥 같은 학생, 그런 제자를 어쩌지 못해 절망하는 교사…. 한국일보가 집중 취재한 일반고 교실의 풍경은 우리 공교육이 맞은 위기를 속살까지 드러낸다. 명문대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중학교,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에 내몰리고, 경쟁에서 낙오하면 소외되고 방치된다. '위기의 일반고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놓고 나승일(51) 교육부 차관, 안양옥(56)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정훈(49)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배상훈(43)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5일 한국일보사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일반고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위기의 원인은 뭐라고 보나.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5년 전 한 학교의 이사장을 맡았을 때 교사들의 좌절감을 피부로 느꼈다. 고교선택제에 이어 자율형사립고가 도입되면서 이전에 들어오던 학생들과는 편차가 너무 커서다. 정부가 수월성 중심의 교육 정책을 펴면서 일반고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고교 다양화 정책이 고교들의 수직적 다양화, 다시 말해 고교 서열화를 유발한 것이 문제다.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일반고, 특성화고, 전문고 등 우리나라처럼 뚜렷하게 서열지어진 나라는 없을 것이다. 교육의 다양화는 수평적 다양화가 돼야 한다. 학교 내에서 교육과정상 자율성을 갖고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야지 학교 간 서열은 무너뜨려야 한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 자사고나 특목고에 비해서 일반고가 교육 여건이나 환경이 매우 불리하고 열악한 게 사실이다. 정부가 일반고를 위한 여러 지원책을 폈지만, 결과적으로 재정이나 교육여건, 학생의 특성 면에서 차이가 생겼다. 교육부는 일반고 위기실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위기탈출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이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나, 근본적으로는 우리 교육의 총체적인 문제가 일반고에서 나타난 것이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결국 학생이 불행하다는 점이다. 자기의 삶이나 미래, 직업과 상관없이 '명문대'라는 한 목표를 향해서 내 친구를 제쳐야 하고, 부모들이 동조하면서 사교육 시장을 찾고, 친구를 경쟁자로만 대하니 학교폭력도 일어난다. 이러한 본질적 원인을 짚어야 제대로 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김= 동의한다. 구체적으로 초중고 교육이 과도하게 대학교육의 지배 하에 있다. 대학교육의 하위 성원으로서의 중고교 교육이 결정되니 중고 시절에 자기 삶과 무관한 교육을 받게 된다. 그런 강요가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나타났다.

-고교 다양화 정책이 현재 일반고의 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에는 모두 동의하는 셈인데,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나= 고교 다양화 정책은 학생이나 학부모의 선택을 확대하고 교육과정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추구했던 정책이다. 학교 만족도나 학업 성취도가 일부 향상되는 성과가 있었다. 수직적 서열화로 보이는 역기능이 있지만 그렇다고 현 시점에서 특목고나 자사고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목고나 자사고는 본래 설립 목적과 취지에 맞게 교육과정이 운영되는지 여부를 교육부가 면밀하게 평가하고 지도ㆍ감독하겠다. 설립목적에 위배되는 경우 일반고 전환도 적극 검토하겠다.

▲김= 3년 전 자사고를 억지로 신설하고 특목고도 수가 늘면서 정원을 모두 합하면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의 신입생 정원을 넘는다. 바꿔 말해 특목고나 자사고에 들어가지 않으면 서울시내 대학에 들어가는 건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다. 특목고는 과학 영재 등을 위해서, 특성화고도 전문 직업교육을 위해 일부 필요하다. 그러나 자사고는 다르다. 자사고의 자율성은 오로지 대학 입시를 위한 국영수 교육을 하기 위한 자율성이다. 그러니 자사고는 폐지해서 다시 일반고로 전환해야 하며, 특목고도 숫자를 줄여야 한다.

▲안= 고교 다양화 정책은 경쟁을 통해 수월성을 추구하자는 건데 공정성은 간과했다. 정부가 특목고와 자사고에 자율성을 준데다 우선 선발권까지 주었으니 우수학생을 다 뽑아가고 일반고의 사기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 우선 선발 제도는 반드시 개선해 모든 고교가 동시에 지원하고 선峠漫?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 한가지 고교 체제를 대학 진학을 위한 일반계와 직업교육을 위한 실업계로 단순하게 재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목표의식 없는 학생들이 일반고에 와서 대학진학을 위해 죽어라 공부할 필요가 없다. 다만 고교 재학 중에 10~20% 정도는 적성이 달라지면 계열을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배= 정책을 '선발 프레임'이 아닌 '교육 프레임'에서 바라보면 좋을 것이다. 다양한 교육을 하자고 만든 것이 자사고인데 왜 우선 선발권을 주는가. 그렇다고 자사고를 다 없앨 필요는 없고, 당초 목적에 맞는지를 판단해 그렇지 않은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학교 체제가 아니라 교육의 내용이다. 지금은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 학교 외에도 교육 자원이 많으니, 학교가 이런 자원을 활용해 명문대 진학만이 아닌 학생의 꿈과 끼를 키워주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 학교체제를 바꿔서 새로운 교육을 제공하자는 것은 구시대적 패러다임이다.

-고교 체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결국 일반고와 공교육의 정상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교사와 수업의 혁신 아닌가. 어떻게 해야 하나.

▲나= 일반고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편차가 넓어졌는데 학교가 이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겠나. 30~40% 정도 학업 동기가 떨어지거나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특히 그렇다. 이들에게 필요한 특기ㆍ적성ㆍ진로교육을 하는 것이 해법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1,530여개 일반고 가운데 1,020개 정도는 창의경영학교, 교과교실제 등 연간 4,000만~5,000만원의 지원을 받았는데 이런 지원조차 못 받은 학교들이 심각하다. 나머지 학교들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지원할 것인지 고민하겠다.

▲안=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고 학교의 질은 교장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교장, 교사의 사기를 진작시켜 주는 물적ㆍ정신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학부모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 교사가 열정을 갖고 가르치도록 해달라. 일반고를 정말 업그레이드시키려면 우수한 교사들을 일반고에 투입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김= 성공적인 혁신학교의 사례를 보면 학교자치를 높이고 교장 교사 학부모 학생이 모두 주체로 참여할 때 학교가 달라진다. 학생을 배움의 주체로 생각해 일방적 강의가 아닌 대화식 수업을 하고, 학칙이나 표현의 자율을 주면 학생들은 달라진다. 교사도 또다시 학생으로부터 배운다. 교장은 권위적 리더십이 아닌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나= 새 정부가 표방하는 '꿈과 끼를 살려주는 교육'은 우리나라 모든 교육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정교원을 늘려서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초 15.9명, 중 13.7명, 고 13.8명ㆍ우리나라는 초 21.1명, 중 19.7명, 고 16.5명) 이상 확보하도록 반드시 증원하겠다. 또 누군가 대신해줄 수 있는 행정업무라면 교무행정사에게 맡겨 교사의 잡무부담을 경감시키겠다.

▲배=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오지 않으니 일반고가 위기라고 본다면 이것은 위험한 발상이고 성적 프레임에 갇힌 것이다. 성적이 낮은 아이, 색다른 특기가 있는 아이, 모두 소중하다. 각각의 개성과 소질이 존중받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이 슬럼화를 부른 것이다. 교사에 대한 지원과 학교의 자율성 보장도 중요하지만, 어떤 교육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은 무조건 'SKY대'가 목표다. 교사도 그런 목표를 강요 받는다. 그러니 교사도 신바람이 안 나고 아이들도 불행하다. 가령 제빵사가 되고 싶으면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무지개 꿈과 끼를 발현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교권은 '내가 네 진로를 잘 지도해줄 수 있다'는 지도권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이런 본질적인 교육 내용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며 그 논의를 언론이 이끌어야 한다. 학력경쟁 사회를 종식시키는 데 일반고 해법도 있다.

정리=김지은기자 luna@hk.co.kr

진행=김희원차장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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