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으로 노출된 북한의 대남선전용 사이트 '우리민족끼리' 회원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가 인권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국제해킹그룹 어나니머스(Anonymous)가 공개한 9,001명의 '우리민족끼리' 회원 중 현재까지 신상털기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회원은 1,000명이 훌쩍 넘는다. 개인 신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사건 중 최대 규모로, 이들의 개인 정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김모(60)씨가 이명박 전 대통령, 이회창 전 총리 등 25개의 이메일을 도용한 사실이 확인된데다 많은 이들이 "우리민족끼리 사이트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피해도 우려된다.
5일 오후 보수성향 인터넷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에는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우리민족끼리' 가입자의 이름, 성별, 이메일 주소 등을 바탕으로 캐낸 신상정보 글 1,000여 개가 게재돼 있다. 4일 오후부터 '죄수번호''간첩번호' 등의 말머리를 달아 올라오기 시작한 신상털기 글에는 직업과 출신지는 물론 얼굴 사진과 휴대전화번호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블로그나 SNS 활동, 심지어 출신지역을 근거로 간첩 또는 종북으로 규정, 수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있어 이념 및 지역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중에는 통합진보당 당원, 전교조 소속 교사, 민주노총 간부, 기초ㆍ광역지방자치단체 의원, 정치인 카페 관리자, 대학 교수, 언론인,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 대기업 차장, 태권도 사범, 해외 한인회 서울지회장, 새터민 등이 포함돼 있으며 우리나라 국적의 회원이 2,130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명단에 올랐다고 해서 모두 이적행위를 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데다 설사 처벌 대상에 해당하는 회원이라도 신상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될 경우 인권침해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통합진보당은 이날 황순규 대구시당위원장이 자신을 회원으로 지목한 네티즌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신상털기가 사회적으로 만연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은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신상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유포하는 것은 심각한 기본권 침해로 내용이 사실이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면서 "마녀사냥식 신상털기는 '나도 언제든 신상털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건설업자 윤모씨의 성접대 파문 때도 확인되지 않은 리스트가 인터넷에 떠돌아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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