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헵번 주연의 '언제나 둘이서'(EBS 오후 2시 30분)는 서로에게 애증만 남은 부부가 뜨거웠던 옛사랑의 기억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마크(앨버트 피니 분)와 조안나(오드리 헵번)는 딸을 하나 둔 결혼 12년차 부부다. 운명 같은 첫 만남 이후 열렬한 연애를 하고서 결혼했지만 두 사람은 이제 서로에 대한 반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그러나 이혼까지 언급하며 격렬하게 싸우면서도, 둘은 서로에게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마크가 상사 모리스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갈 결심을 하고 조안나가 마크에게 자신의 본심을 열어 보이면서, 두 사람은 결혼생활을 지속해야 할 이유를 얻게 된다. 헤어져야 할 수많은 이유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곁에 남을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 영화는 결혼한 부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갈등과 고민, 그리고 모든 것을 극복하게 만드는 세월의 무게를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예고 없이 불쑥불쑥 시점이 바뀌면서 연출되는 이야기임에도 매끄러운 흐름이 돋보이며,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잘 보여주는 자잘한 장면이 탁월하다. 1967년작. 감독 스탠리 도넌. 원제 'Two for the Road'. 15세 이상.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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