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길을 걷다 사자를 만난다. 그리고 집까지 동행한다. 집은 아주 멀다. 동생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와야 하고 식료품도 사야 한다.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고 동생을 돌봐야 하는 어린 소녀를 짓누르는 책임감이 상상 속의 친구이자 보호자인 사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콜롬비아 그림책 (노란상상 발행)은 쓸쓸한 정서가 전반에 흐르지만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든든한 사자와 함께 길을 가는 소녀의 씩씩함 때문이다. 양쪽 페이지에 걸쳐 시원스레 펼쳐진 그림에는 고작 한 두 마디가 곁들여져 있을 뿐이지만, 그림 속 복선을 찾아내면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마지막 페이지에 행복한 가족 사진 옆 신문에는 '1985년 분쟁으로 수만 명이 가족 잃어…'라는 글씨가 씌어져 있다. 콜롬비아의 씁쓸한 현실을 통해 아이들에게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다. 김정하 옮김. 6, 7세ㆍ1만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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