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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클릭하면 쏟아지는 정보... 놀랍고 두려운 빅브라더 구글이 만들어 낸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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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클릭하면 쏟아지는 정보... 놀랍고 두려운 빅브라더 구글이 만들어 낸 신세계

입력
2013.04.0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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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또다시 세계적 송사에 휘말릴 참이다. 거리 모습까지 보여주는 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위해 현장 사진을 촬영하던 중 30여개국에서 무선랜으로 오가는 개인정보를 몰래 수집한 일로 말썽을 빚은 2010년, 페이스북에 맞서 출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버즈의 이용률을 높이려 자사 이메일 서비스 가입자의 정보를 무단 이용한 일이 들통난 2011년처럼 말이다.

사단의 원인은 구글이 지난해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개인정보 통합 정책. 구글검색, 지메일, 유튜브, 구글플러스 등 자사의 60여개 서비스 상품에 저장된 사용자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책이다. 사용자가 입력한 신상정보부터 위치 정보, 검색 기록, 게시글, 이메일 등을 통해 드러나는 관심사나 취향까지 더해지면 상당히 입체적인 개인정보가 구축될 터. 하여 초장부터 고급 프라이버시 정보를 사업주에게 제공하고 광고를 유치하려는 술책(온라인 광고 판매는 구글의 최대 수입원이다)이라는 의심을 샀던 이 정책은 한국에서 삐걱대기 시작해(당국의 강력 반발로 구글은 시행 한 달 만에 한국 네티즌에 개인정보 통합을 거부할 권한을 부여했다) 지금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집단 제재에 직면했다.

컴퓨터 화면에 덩그러니 떠있는 구글 검색창을 클릭했을 때 쏟아지던 방대한 정보에 찬탄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소박하고도 경이로웠던 신생 검색엔진 회사가 불과 10여년 만에 연매출 500억달러(55조8,000억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공공의 적' '악의 제국'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 아뜩하게 여겨질 법하다. 물론 명불허전의 검색엔진으로,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는 영상미디어(유튜브)로, 전세계 스마트폰의 절반에 탑재된 운영체제(안드로이드)로 구글은 우리의 안락한 디지털 생활을 떠받치는 매력적인 존재다. 하지만 구글을 친숙하게 여기는 사용자조차 사생활의 울타리를 무람없이 넘어서는 이 괴물 기업의 행보에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구글은 이제 서슴없이 21세기판 빅브라더로 불리고, 불안은 공포에 가까워진다.

미국의 일급 저널리스트 켄 올레타(71)가 2009년 펴낸 의 통찰을 빌리자면 우리의 불안은 '구글된(googled) 세계'에서 연유한다.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 등 구글 경영진을 비롯한 관련 인사 300여명을 인터뷰한 바탕 위에 쓰여진 이 책은 스탠퍼드대 동문인 두 천재 엔지니어(페이지와 브린)에 의해 1998년 창업된 구글의 기업사와 함께 구글의 사업 확장으로 촉발된 미디어 산업의 격변을 흥미롭고도 밀도 있게 서술한다.

올레타가 '구글되다'라는 신조어를 동원해 내린 "세계는 구글되었다"는 진단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됐다. 하나는 시장의 대격변이다. "전 세계의 신문과 잡지를 비롯해 출판사, TV방송사, 할리우드 스튜디오, 광고대행사, 전화 회사, 거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통틀어 구글보다 경이를, 혹은 두려움을 일으키는 곳은 없다."(509쪽) 다른 하나는 전례없는 구글의 경영 방식이다. "구글의 지도자들은 냉정한 사업가가 아니라, 냉정한 엔지니어다. (중략) 행동을 도식으로 나타내고 예측하게 해주는 구조나 공식이나 알고리즘을 찾는다. 그들은 순진하게도 대다수의 수수께끼를, 그것이 복잡미묘한 인간행동에 관한 수수께끼라도, 데이터만 있으면 풀 수 있다고 믿는다."(510쪽)

순진함과 열정으로 폭주하는 엔지니어 경영자들이 구태의연한 적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만든 세상. 구글된 세계란 바로 이 파천황의 디지털월드를 뜻하는 것일 터. 낯설어진 시공간을 걷느라 현기증이 이는데 문득 우리를 이끄는 선지자의 선의가 믿기지 않을 때의 황망함. 우리의 불안은 이를 닮은 듯싶다.

는 시기상 구글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세계적 차원에서 불거지기 직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올레타는 구글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요인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도 3년에 걸친 취재 과정에서 "구글의 경영자들이 진실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믿게 되었다"고 책에 적었다. 그의 믿음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따져보는 일이 우리에게 오롯이 남았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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