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5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소집된 청와대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서별관회의)에 불참했다. 이를 놓고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김 총재가 최근 정부와 청와대 등에서 제기된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서별관회의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MB정부 시절 이 회의에 단골로 참석했던 김 총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총재는 한은 총재로 내정된 2010년 3월 "한은도 정부다. 한은이 정부정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책공조에 나설 뜻을 강하게 내비친 이후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지난 7월 금리인하 직전에 서별관회의에 참석했으며,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4일에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과 자리를 함께 했었다.
그러나 김 총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부쩍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별관회의가 열린 이날 오후 한은에 머물던 그는 기자들이 회의 불참 이유를 묻자 "중요한 시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에 있어야 한다"며 "한은 일을 해야지 왜 가나"라고 반문했다. 한은도 정부라고 했던 그의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때문에 김 총재의 이번 서별관회의 불참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한은이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여권이 공개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서별관회의에 참석하면 시장이 금리인하 신호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이번 불참으로 정부와 한은 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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