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들어설 예정인 실물 크기의 바비 인형의 집이 "소녀들에게 잘못된 성 역할과 소비주의를 주입시킬 것"이라는 반대에 부딪혀 구설에 올랐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좌파 활동가들이 항의의 뜻으로 다음달 개관하는 '바비 드림하우스' 점령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베를린 도심 알렉산더광장 인근에 건설중인 바비 드림하우스는 2,500㎡의 면적에 실물 크기로 확대한 인형 침대와 옷장, 부엌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입장료는 22유로(3만2,000원)로 입장객들은 바비 인형처럼 화장하거나 옷을 입고 분홍색 무대에 올라 인형이 된 것처럼 행동할 수 있다.
바비 인형 제조사인 미국 마텔사와 라이선스 계약해 이곳의 운영을 맡은 오스트리아 마케팅회사 EMS는 방문객이 매일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8월 이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전역 순회전시 계획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좌파 활동가들이 개관식 점령시위를 예고해 "대안 문화로 유명한 베를린에서 바비 드림하우스가 환영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이들은 지난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오큐파이 바비 드림하우스' 페이지를 개설해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이들은 "소녀들에게는 분홍색과 하이힐이 어울린다는 고정관념과 소비주의 등 바비 인형이 상징하는 모든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미하엘 코시츠키는 "바비 인형은 몸치장하고 노래하는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연예인뿐이라는 인습적 성 관념을 은연중에 전달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EMS는 "바비 드림하우스는 교훈을 전달하는 교육적 전시가 아니다"라며 "시위는 불필요하다"고 일축했다.
이와 관련, 독일 민영방송사 프로지벤이 방영하고 있는 '독일의 최고 바비' 경연대회가 젊은 금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인대회라는 점에서 논란을 낳고 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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