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 700kg인 어른이 하루에 1만보를 걸었다고 치면 발은 온종일 총 700여 톤의 무게를 고스란히 견뎌낸 셈이다. 발의 크기를 고려해보면 어마어마한 중노동이다. 몸무게를 하루 종일 떠받치면서, 이동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발은 고된 임무를 해내는 만큼 부상 위험 역시 매우 높다. 하지만 맨 아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발에는 유독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걷기가 불편해지면 그제서야 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곤 한다.
특히 최근 들어 발목 관절이 손상되는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문의들은 전한다. 지난 겨울 강추위 때문에 잦았던 빙판길 낙상 사고와 스포츠 인구의 급증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발목 관절도 목이나 허리 등 다른 부위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운동 후 발바닥 두드리기
발목 관절은 가장 다치기 쉬운 신체 부위 중 하나다. 발목을 다쳤을 때 제일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바로 발목염좌다. 발목이 꼬이거나 접질려 인대가 늘어나는 바람에 발목이 정상적인 운동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주로 생긴다.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발목염좌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만성 상태가 된다. 평소 운동 중에 자주 발목을 삔다면 만성 발목염좌를 의심해봐야 한다.
만성으로 진행될수록 치료 결과는 더디게 나타난다. 꾸준히 오랫동안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이런 환자에게 많이 쓰이는 비수술 치료법으로 혈소판풍부혈장(PRP) 치료를 들 수 있다. 혈소판을 비롯한 각종 성장인자가 들어 있는 PRP를 환자 혈액에서 분리한 다음 손상된 발목의 인대나 근육에 주사해 세포 성장과 조직 재생을 촉진시키는 방법이다. 외부에서 고에너지의 전자파를 손상 부위에 가해 신경이 통증을 덜 느끼도록 민감도를 떨어뜨리고 혈관 재생을 돕는 체외충격파(ESWT) 치료도 많이 이뤄진다.
평소 운동을 한 다음 발바닥을 살살 두들기거나 뾰족한 것으로 누르며 압박을 하는 등 마사지를 해주면 발목에 무리가 가는 걸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발을 미지근한 물에 담그는 족욕, 누워서 다리를 똑바로 들어올리고 어깨 너비로 벌린 다음 굽혔다 폈다를 반복하는 간단한 동작도 발 건강에 도움이 된다.
적극적 치료 시도 늘어
이미 진행 중인 만성 발목염좌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두면 인대가 점점 느슨해지면서 관절에 아예 염증이 생기게 된다. 관절에 들어 있는 물렁뼈(연골)가 손상되면서 위아래 뼈가 맞닿아 환자가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발목 관절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화현상으로 여겨 그냥 지나치곤 했지만, 요즘엔 젊은 환자들이 늘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발목 관절염의 기본적인 치료법은 미세천공술이다. 손상된 연골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두면 뼈 속 골수에 들어 있던 줄기세포가 구멍을 통해 연골로 흘러 들어가 새 연골을 재생시켜주는 것이다. 그러나 미세천공술로 만들어진 연골이 대부분 원래 연골보다 튼튼하지 못하다는 게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 외에 환자 자신의 무릎에 있는 연골을 뽑아내 이를 손상된 발목 연골 부위에 넣어주는 자가골연골이식도 있다. 그런데 이 수술은 난이도가 높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 재생이다. 지방을 비롯한 환자 자신의 조직에서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는 줄기세포를 채취해 손상 부위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환자 자신의 연골을 이용하는 자가골연골이식술보다 세포 단계에서 이식하기 때문에 좀더 적극적인 치료법이다. 기존 미세천공술도 사실 줄기세포의 재생능력을 이용하지만, 실제 손상 부위로 이동하는 골수에 들어 있는 줄기세포는 그리 많지 않다.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재생능력을 갖춘 줄기세포만을 골라 한꺼번에 많이 넣어주는 줄기세포 연골 재생 치료가 좀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목 관절 줄기세포 치료 임상연구
최근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가 줄기세포 연골재생 치료를 받은 50세 이상의 발목 연골 환자 68명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쪽 그룹(37명)은 미세천공술로만 치료하고, 다른 한 그룹(31명)에게는 미세천공술과 줄기세포 치료를 함께 시행했다. 그리고 치료 후 환자의 통증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발목을 얼마나 잘 움직일 수 있는지, 걸을 때 문제가 없는지 등을 각각 국제학계에서 통용되는 통증 지수와 환자 활동도 지수, 기능 지수로 측정했다.
그 결과 미세천공술과 줄기세포 치료를 함께 시행한 그룹에서 3가지 지수가 모두 유의미하게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뿐 아니라 발목의 움직임도 의학적으로 향상됐다는 것이다. 연세사랑병원 족부센터 김용상 소장은 "연골이 손상된 발목 관절 치료에 앞으로 지방 줄기세포 치료가 폭넓게 적용될 가능성이 제시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 결과를 오는 5월 '아메리칸 저널 오브 스포츠 메디슨'에 발표할 예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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