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향후 5년간 28조5,000억원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지 하루 만인 4일 '탈세와의 전면전'에 돌입했다.
국세청의 첫 번째 타깃은 연 매출 500억원 이상 대기업 오너들의 변칙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행되는 각종 탈세 행위다. 음성적으로 부를 축적한 대재산가와 역외탈세 혐의자, 불법 사채업자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세청이 이번 세무조사에 투입하는 인원은 927명. 전체 지방국세청 조사인력 4,000여명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을 포함한 조사국 직원 1,400여명은 최근 한 달간 지하경제 추적을 위한 첨단 조사기법을 집중 교육받았다. 국세청이 이번 조사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임환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을 개인 분야, 조사4국을 법인 분야의 '지하경제 추적조사 전담조직'으로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사실상 '국세청판 중수부'의 출범인 셈이다. 더욱이 전날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각종 금융거래정보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증권거래소 등의 과세 관련 정보도 국세청에 넘겨주라고 지시한 것을 감안하면, 탈세와의 전쟁에 나서는 국세청의 전력은 역대 최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 국장은 조사 대상자 선정에 대해 "국민들이 탈세 혐의가 크다고 공감하는 대자산가, 고소득 자영업자, 민생침해(불법 사채업), 역외탈세 등 4개 분야"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이 중에서도 박 대통령의 중요 공약인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대자산가의 불법 기업 세습과 일감 몰아주기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대기업 사주들의 무리한 부의 세습 과정에서 차명계좌, 위장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탈세가 만연해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이날부터 대재산가 51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중에는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의 오너도 포함돼 있어 조사 결과에 따라선 파문이 커질 수도 있다. 지난해에도 대기업이 고가 기계장치를 자녀소유 법인에 무상 대여하는 방법으로 위장 증여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변칙적인 경영권 승계 수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자녀 소유 계열사에 특혜를 주었는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는 6월 말까지 신고를 받는 '특수관계법인간 일감 몰아주기 증여'와는 무관하다.
해외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국부를 유출한 기업 사주 37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특히 소득을 고의로 해외에 빼돌리는 대재산가나 신분세탁을 통해 국내에 살면서도 비거주자로 위장한 역외탈세 혐의자를 철저히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인터넷카페와 해외구매대행업체들이다. 국세청은 일부 온라인 쇼핑시장이 지하경제로 변질되고 있다고 보고 탈세 혐의가 있는 8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임 국장은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밀하게 탈세를 준비하는 일부 대기업 오너와 대재산가 등 반사회적 탈세범에 대해 엄정히 세무조사를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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