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일제가 도로(현 율곡로)를 만들면서 허문 서울 종묘~창경궁 사이의 담장 498m가 내년말까지 복원된다.
서울시는 종묘~창경궁 80.3m 구간의 기초석을 포함한 498m 길이의 궁궐 담장을 1931년 발간된 조선고적도와 1907년에 제작된 동궐도를 근거로 복원한다고 4일 밝혔다.
창경궁과 종묘는 원래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하나의 숲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일제가 민족혼 말살정책에 따라 율곡로를 연장하면서 끊어버렸다. 율곡로는 경복궁과 창덕궁을 잇는 길로, 조선시대에는 동십자각에서 창덕궁 돈화문까지만 연결돼 있었다.
당초 서울시는 문화재청이 작년에 허가한 대로 담장 기초석 80.3m 중 16m는 위치를 4.3m 높여 복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화재는 원형대로 복원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다각적인 기술 검토 끝에 터널 지반과 높이를 발굴된 담장 기초에 저촉되지 않게 변경하기로 하고, 80.3m 전 구간을 원래 위치에 복원한다.
서울시는 복원 구간 중 300m 구간에 지하터널을 설치해 차도를 만들고 터널 상부는 흙으로 덮어 녹지를 조성한다. 터널 상부 녹지에는 참나무류, 귀롱나무, 국수나무, 진달래 등 창경궁과 종묘에 분포된 고유 수종을 심어 다층구조의 전통 숲으로 복원할 계획이다.
조선시대 왕이 비공식적으로 종묘를 방문할 때 이용했던 북신문도 복원된다. 일제는 북신문을 없애고, 도로로 끊긴 양쪽 사이를 일본식 육교로 연결했었다.
아울러 그동안 문화재 때문에 확장할 수 없었던 창덕궁 돈화문∼원남사거리 약 690m 병목구간을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한다. 현재 공정률은 32%로 내년말 완공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율곡로는 하루 8만 여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곳으로, 그동안 병목 현상이 심했는데 지하터널로 도로도 확장하면서 종묘~창경궁의 숲길도 원형 복원해 역사성과 자연성을 회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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