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딸아이에게 미루고 미루던 스마트폰을 사주었다. 그동안 스마트폰 구입을 반대했던 이유는 길을 걸으며 사용하면 사고 위험이 있고, 장시간 사용으로 시력이 나빠지는 등 안전에 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초등학생이 사용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며,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여 분실 위험이 큰 경제적 이유도 있다.
어린 나이이다 보니 감정 통제나 판단도 미성숙해서, 각종 게임 어플을 통해 손쉽게 게임에 접근, 중독되기도 쉽고, 다른 학업과 놀이 활동에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등의 이유도 있다. 주변 학부모들도 아이들은 조르겠지만 가능한 늦게 사줘야 한다며 입을 모으는 것은 대개 이러한 문제점들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만나서 눈을 보고 이야기하고 몸으로 뛰어놀아야 하고, 그렇게 우정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그 우정을 만들어 가는 부분에서 본인은 스마트폰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이야기였다. 아이는 다양한 SNS를 이용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학원이 끝나면 돌아오는 차량에서 아이들은 모두 각자의 스마트폰 세상으로 들어가고 본인만 물끄러미 창밖을 본다고 했다. 학교에서 대화를 해도 이미 스마트폰을 이용한 SNS로 빠르게 정보를 교환하고, 그룹채팅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아이들 사이에서 자기만 모르는 일이 발생하고 뒤쳐지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결국 눈물 많고 외로움 잘 타는 딸아이의 소외감 얘기를 몇 달 째 끌어오다, 몇 가지의 약속을 받고 스마트폰 전달식을 가졌다.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기 위한 첫 번째 약속은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때는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자세로 앉아 컴퓨터로 자료를 검색해야 한다.
사실 스마트폰은 폰에서 진화했지만 폰보다는 컴퓨터에 가깝다. 컴퓨터의 대부분의 기능과 공유한다. 컴퓨터가 가지고 있지 않은 기능은 간편한 휴대성이다. 노트북이 있지만 그 역시 간편하고 손쉽게 몸에 지니는 물건은 아니다. 따라서 스마트폰은 컴퓨터를 이용할 수 없는 장소나 이동하는 상황에서 아주 유용한 물건임은 맞다.
두 번째는 스스로 필요 없는 정보를 차단하는 능력을 기르라는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과 SNS의 뛰어난 확산력으로 인하여 너무나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편리한 측면도 있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통제력을 잃거나, 감각이 무뎌질 우려가 있다. 불필요한 정보에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스마트폰이 없는 친구와 어울릴 때는 함께 다른 놀이를 찾아야지 혼자 스마트폰에 몰입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친구와의 대화는 가능한 얼굴을 보고 하고, 메시지로 긴 대화를 이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밤늦은 시간, 카톡과 같은 방법으로 장시간 대화를 이어가서 상대방의 시간을 뺏거나 주의를 흩트리지 않도록 해야 하며, 취침 시에는 반드시 스마트폰 전원을 끄고 자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자는 시간 이외에도 가끔 스마트폰을 꺼버릴 수 있는 용기를 내라고 했다. 우리의 삶은 신체의 오감을 사용하여 현실을 구성하는데, 스마트폰은 시각과 청각을 주로 이용하는 미디어이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할수록 후각 촉각 등의 감각이 약화되어 갈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체험이 불가한 일상의 향기 나는 일들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다행히 TV를 봐도 생존 프로그램을 제일 좋아하고, 몸으로 표현하고 움직이는 걸 즐기며, 부모 따라 여행 가는 걸 좋아하는 딸아이이다. 아이만이 아니라 나 역시도 주말엔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꽃피는 계절에 꽃향기를 맞으러 나가야겠다. 따스한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그렇게 자연의 변화를 만끽하고 봄날의 일상과 조우하며 스마트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안진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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