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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이데올로기 넘어야 국가 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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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이데올로기 넘어야 국가 위기 극복”

입력
2013.04.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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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이 정말 분단의 원흉이고 미국의 앞잡이일까요?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우리가 지금처럼 국가 정체성의 위기를 방치하면 선진국으로 갈 수 없습니다. 좌우가 역사 인식의 융합점을 찾아야 하고, 그 과정은 이승만에 대한 실체를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

문민정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5년 임기를 함께 한 '최장수 장관'으로 유명한 오인환(74) 전 공보처 장관이 최근 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1998년 퇴임 후 역사 공부에 몰두한 그가 , 에 이어 내놓은 세 번째 작품이다.

그는 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이 위대한 민족주의자의 위상을 차지했고 김일성 주석은 3대 수령국가의 창시자가 됐지만 정작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오늘의 번영을 가져오는데 기여한 이 전 대통령은 아직 진정한 영웅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저술 이유를 설명했다.

"이승만이 소위 '정읍 발언'으로 단독정부 수립을 주장했지만, 북한에선 이미 소련의 위성국가 형태가 세워져 있었어요. 이는 소련의 기밀문서 해제로 다 드러난 부분입니다. 당시 남한은 좌우가 갈린 가운데 진보 좌파가 훨씬 강했지만 이승만이 단독정부 이슈를 치고 나가면서 대한민국이 건국된 것이죠."

그렇다고 이 전 대통령을 마냥 미화하는 건 아니다. 오 전 장관은 "일제강점기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와 만주지역의 항일무장투쟁, 미주에서 벌인 외교독립노선, 국내의 실력양성운동 등 세계 식민사상 유례가 없는 지역별 역할 분담이 이뤄졌지만 전체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그랜드 전략이 없었던 것은 이승만의 미흡함"이라고 지적했다

오 전 장관은 196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과 정치부장, 편집국장, 주필 등 28년간 언론인으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런 언론 이력 탓에 저술 작업도 학자들의 통상적인 역사서와는 차이가 있다. 그는 "실체적 진실이 뭐였는지 정확히 복원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며 "이중 삼중으로 확인하고 입체적으로 취재하느라 한 문장을 쓰는데 일주일이 걸리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역사서 집필에 매진하는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로 어렵게 임기를 마치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우리 정치 리더십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조선왕조부터 공부를 시작했던 겁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이승만이 해방 후 필마단기로 들어와 정치 했는데 결국 끝까지 이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그런데 박 대통령이 스스로 필마단기로 가려는 것 같다. 정권은 잡았지만 통치는 혼자 잘할 수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 전 장관의 다음 집필 대상은 자신이 모셨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그는 이날도 상도동을 방문했다. "외환 위기 책임 때문에 전체적으로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인색하지만, 3당 합당만 해도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가교를 세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역사적 경위를 정리할 생각입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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