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 이른 시일 내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한국은 시기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협정 개정과 관련한 한미 양국의 입장 차가 재확인되면서 내주 재개될 한미 원자력협정 6차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케리 장관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게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에 "협정 개정이 호혜적이고 시의적절하며 미래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케리 장관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의 한미정상회담 이전 타결 가능 발언에 대해 한국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기존 미국 입장의 연장선에서 수위를 높여 말한 것"이라며 "협정이 발효된 지 40년이 지난 만큼 그 사이 변화한 한국 실정에 맞는 협정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만족스런 협정문이 중요한 만큼 한미정상회담 전후 협상이 타결된다고 말하기에 이르다"며 케리 장관의 발언을 조심스럽게 반박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은 5월 초 한미정상회담 일정에 구애 받지 않고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케리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 도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의 선택은 위험하고 무모하다"면서 "북한은 미국이 동북아 동맹 수호 약속을 완벽히 이행할 것이란 점을 의심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약속 등을 이행하면 국제사회의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다"며 "미국은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은 "핵무기 없는 한반도는 한미 양국의 공동 목표이며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북 관계의 개선이 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의 외교소식통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기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한국이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달라는 주문"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소식통도 "미국이 한국에게 대북 대화의 운전대를 잡으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국내에서 제기되는 대북 강경론이 북한의 도발과 맞물려 충돌하는 것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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