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4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일본 총리들이 취임 직후부터 인기가 떨어진 것과 달리 아베 총리는 7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순항중이다.
그 바탕에는 아베노믹스라는 그의 경제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결과 오랫동안 얼어붙었던 일본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아베 총리는 외교에서도 거침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월 중순 중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동남아를 순방,중국 견제를 본격화했으며 2월에는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미일 동맹을 복원했다.
3월 말에는 몽골을 찾아 석탄 등 자원 개발권을 확보하고 중국을 견제하는‘두 마리 토끼’외교를 했다.
이달 말에는 일본 총리로는 10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 천연가스 공급 문제를 논의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등 자유무역협정 협상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할 태세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성공이 계속되리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무엇보다도 그의 경제정책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3일 개막해 4일까지 열리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가‘대담한 금융완화와 2% 물가 목표’를 내건 아베노믹스 성패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3일 구로다 하루히코 (黑田東彦)신임 일본 총재가 의장을 맡은 첫 회의에서 대담한 완화정책 전환을 검토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만기 5 ~ 10년 이상인 장기국채 매입상한선의 폐지 및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 위험자산 매입 결정 여부와 자산매입 규모를 월 3조8,000억엔(46조 원)수준에서 5조엔(60조 원)규모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됐다.
자산매입기금활용과 국채매입 등 두 금융완화수단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중이다.
구로다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논의를 마무리 짓고 4일 공식 발표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틀 만에 논의를 모두 통과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2년 내 디플레 탈출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의 근원 물가(물가 변동이 심한 식품을 제외한 물가)가 1997년이후2% 오른적이 한번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기업들의 임금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경제성장 전망치도 저조하다”며“이런 정황은 일본은행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소비와 물가를 높일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2일 중의원에서“2년내 2% 인플레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시인했다.
아소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정 장관은 “어떤 나라도 디플레타개를 위해 인플레를 유도하는 정책을 쓴 적이 없다”고 발언했다.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의 지향점으로 지목한 성장전략의 부재도 문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아베가 2007년 건강상 문제로 한차례 사임한 전력이 있는 만큼,그의 건강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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