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역사적인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에서 타선 불발과 수비 실수에 울었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1이닝 동안 10안타 3실점(1자책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지만 타선의 침묵 속에 0-3으로 지면서 데뷔전 패배의 멍에를 안았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 다소 긴장한 듯 많은 주자를 내보내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1회초 메이저리그 첫 상대인 1번 앙헬 파간에게 2구만에 좌중월 빗맞은 안타를 내줬고, 2번 마르코 스쿠타로에게 3루 번트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ㆍ2루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파블로 산도발을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인 4번 버스터 포지를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잡아내면서 한 숨을 돌렸다.
류현진은 4회에 MLB 첫 실점을 내줬다. 1사 이후 4번 포지에게 중전 안타, 펜스에게 좌중간 안타로 1사 1ㆍ3루의 위기에서 6번 아리아스에게 초구 몸쪽 높은 직구를 던지다가 중견수 앞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돈 매팅리 감독은 0-1로 끌려가던 7회 유격수 저스틴 셀러스의 송구 실책 등으로 1사 2ㆍ3루의 위기를 맞자 선발 류현진을 내리고 로날드 벨리사리오를 투입했다. 그러나 곧바로 9번 매디슨 범가너의 타구를 셀러스가 또 다시 포수의 머리 위로 던지는 바람에 2점을 더 내줬다. 2안타의 빈공에 그친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에 0-3으로 완패했다.
6.1이닝 동안 류현진의 투구수는 총 80개(스트라이크 55개, 볼 25개)였다. 4사구는 하나도 없었고 삼진 5개를 잡아냈다. 직구 최고 시속은 92마일(약 148㎞)였다. 샌프란시스코 선발 범가너는 8이닝 동안 안타 2개만을 내주는 완벽 피칭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데뷔전을 치른 류현진은 빅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여러 가지 숙제도 함께 남겼다.
류현진은 6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고도 병살타 3개를 유도하며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이는 장기인 두둑한 배짱에서 나오는 공격적인 투구에서 비롯된 결과로 평가할 만하다. 4사구가 1개도 없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류현진의 트레이드마크인 자로 잰 듯한 좌우 코너워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80개 가운데 50개가 직구였지만 대부분 높거나 한복판으로 몰렸다. 여기에 평균 구속도 89.2마일(약 시속 143.6㎞)에 머물렀다. 한화 시절 최고 154㎞를 뿌렸던 류현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직 정점의 궤도에 오르지는 않은 듯하다.
경기 후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의 피칭에 대해 "데뷔전에서 아주 잘 던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볼 스피드에 변화를 주는 모습이 좋았지만 변화구의 각도는 좋지 못했다"면서도 "앞으로 계속 선발로 기용하겠다"고 신뢰를 보였다.
한편 2006년 인천 동산고 졸업 후 7년 만에 방망이를 잡은 '오른손 타자' 류현진은 이날 3회말 첫 타석에서 3루 땅볼, 6회말 두 번째 타석 때는 1루 땅볼 등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한편 현지 언론은 "류현진이 데뷔전에서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며 "경기 초반에는 야수들의 도움이 컸지만, 7회 유격수의 실책이 아쉬웠다"고 무난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6회 두 번째 타석에서 3루 땅볼을 치고 무성의한 주루 플레이를 한 것에 대해서는 일침을 가했다.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당시 관중에서 야유가 나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류현진은 "전력질주를 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면서 "다음 경기부터는 전력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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