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17대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한 말이다. 이 말은 방송소재로 이용 돼 어린아이들도 따라 할 만큼 유행했다. 사실 이 말이 국민들의 가슴에 꽂힌 이유는 그 만큼 아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IMF를 지나면서 빈부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높은 물가와 싸우며 버티던 시대였다.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며 열심히 살고 있지만 사실 국민들의 기대만큼 살림살이는 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모두 지치고 힘들고 불안한 상태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제일 많이 보이는 단어가 '힐링'과 '드림' 이다. TV광고에서도 전단지에서도 각종 프로그램에서도 들고 나오는 말이 이 두 단어다.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실업으로 고생하는 청년들에게 멘토링이 되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살펴보면 이 두 단어에는 방황하는 청년들의 등짝을 발로 차는 독설과 평범하게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소외감을 주는 말이 되어 있다. 과장과 남용이 단어가 가진 본래의 뜻에서 한참 벗어나 많은 자본과 결탁하게 만들었다. 결국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담은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한 것이다. 국민은 힘들고 불안하며 지쳐있으니 이 달콤한 사탕을 자주 사먹으며 '괜찮아 질거야'라는 혼잣말을 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열심히 안 해서 성공을 못하는 거야. 열심히만 하면 다 돈 벌고 잘 살아."
어디서 들어본 말이다. 명절에 모인 친척 형들과 둘러앉은 집안 어르신들의 말하고 매우 닮아 있다. 그만큼 흔한 말이고 그만큼 구시대적인 말이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된다라는 말은 이 신드롬들의 기본적인 담론이다. 청년들 앞에 서서 마이크를 쥔 많은 스타강사들의 주제는 이에 기반한 변주다. 사회구조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으며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고가 팽배해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노력이 부족한 패자라는 논리는 희망보다는 소외감과 절망을 준다. 각종 매체에는 성공한 사람들만 있다. 과정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매스컴은 대중에게 그들이 존경 받으며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부러운 시선으로만 비춰준다. 성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멘토링은 신드롬이 되었다. 이런 신드롬은 매스컴에서 우려먹기 좋아하는 성공신화로 보여주고 있다. 신드롬이 가진 스타성을, 상업적인 이용을, 마치 그것이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방향성인 듯 교훈으로 포장하는 태도의 매스컴이 더 문제이다. 교훈으로 포장된 이런 신드롬은 화자는 대단한 것을 말하고 청자는 듣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유행은 강요와 소외를 만들게 된다. 결국 많은 돈을 벌고 유명해지는 것이 성공이라는 구시대적 공식을 공개적으로 주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고, 듣고 있는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마취제가 되는 것인데, 현재 가지고 있는 통증을 잠깐 뒤로 미루는 수준의 일이다.
추세를 보니 힐링과 드림도 곧 상품가치가 떨어질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상품일수록 유통기한이 짧고 잘 변질된다. 그럼 이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트렌드를 바꿔 또 새로운 유행이 탄생할 것이다. 새로운 유행은 또 새로운 방법으로 절박한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가고 단물이 빠지면 새로운 유행이 또 생길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본질은 변하지 않은 체 다른 옷만 입는다. 그래서 우리의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고된 삶을 신자본주의가 만든 개인의 불안과 초조에서 논할 필요도 없다. 단순히 한 방향으로만 편중된 시선을 조금만 교정하면 된다. 지금 유행하는 힐링과 드림이론이 청년들의 새로운 삶을 개척할 것처럼 부풀어 있는데, 진짜 힐링은 화장실 벽에 붙어 있는 격언 같은 교훈이 아니라 제대로 된 청년정책이다. 가벼운 위로와 영혼 없는 충고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진짜 듣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누구나 알지만 그 사람들은 모르는 힐링과 꿈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천정완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