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보수세력의 근현대사 과장 우려할 수준 내 생각과 상반된 사료도 참조 쟁점 기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보수세력의 근현대사 과장 우려할 수준 내 생각과 상반된 사료도 참조 쟁점 기술”

입력
2013.04.03 11:43
0 0

MB정부 들어 이상한 움직임이승만 띄우기는 역사 모르는 소리 '건국절' 주장엔 친일 정당화 저의진보세력들 자학사관도 문제 많아 냉전이데올로기 역사관 탈피해야최근 다큐 '백년전쟁' 논란학문과 대중문화의 접근법 달라 사실과 틀린 부분 논쟁 필요하지만팩트 아닌 이념적 시각 개입 잘못 현대사 정치의 장 끌어들여선 안돼

민족문제연구소의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국사편찬위원회의 '대한민국사' 편찬 등 최근 현대사 기술을 싸고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는 한국현대사가 논란이 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 하는 학자이다. 한국현대사 박사 1호인 그가 올해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웅진지식하우스 발행)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2005년 나온 이 책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엔 한달 여 만에 4,500부가 팔렸다.

2일 연구실에서 만난 서 교수는 "보수언론과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왜곡, 현대사 과장이 심해져 다시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관한 역사적 평가 부분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이번 책에서 '광복절인가, 건국절인가'란 제목의 특집 코너를 통해 "광복절은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선포를 기념하는 명칭으로 아주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뉴라이트 계열의) 건국절 주장에는 독립운동가들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를 위해 독립운동을 전개해 광복을 맞은 것을 무시하거나 폄하하고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저의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개정증보판에서 이승만 단독정부운동 문제, 유신체제, 친일파 문제 등 현대사 주요 쟁점을 새로 발굴된 자료로 상세히 기술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근현대사를 과장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건국의 아버지'로 띄우고, 광화문에 동상 세우자는 주장까지 하던데 역사를 상당히 잘못 알고 하는 주장이다. 1919년 이후 이승만이 임시정부 대통령으로서 어떤 독립운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나친 외교의존 문제로 잡음이 많았다. 친일파 문제도 마찬가지다. 권위주의적 냉전이데올로기에 물든 역사관에서 탈피해야 한다. 책은 2년 전부터 다시 쓰기 시작했고, 출판이 늦춰지면서 박근혜 정부 수립까지 다뤘다."

-서문에서는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 역사학자들도 비판하던데.

"수구냉전 세력이 역사를 정치권으로 끌어들여 이용하는 건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현대사에 관심 갖는 것 자체는 좋은 현상이다. 진보세력은 예전에 비해 얼마나 공부했나? 진보도 수구냉전세력만큼이나 도식적이고 획일적인 지식을 갖고 있다. 예컨대 현대사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가르치는 '자학사관'은 문제가 많다. 그러한 퇴영적인 논리로 설득될 사람은 이제 없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해 제작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역사왜곡'이라 하고 한쪽에서는 '숨겨진 진실'이라고 한다.

"내가 부분적으로 출연하고 있어서 대답하기 편한 입장은 아니다. 다만 학문적인 관점에서 내 견해와 다큐멘터리는 조금 차이가 있다. (유추와 비약이) 좀 많이 나갔고, 학문과 대중문화의 접근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용보다는 이 다큐멘터리가 사건화되는 '과정'이 문제다. '백년전쟁' 내용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가 이렇게 강하게 표현한 배경에는 뉴라이트 같은 보수학계와 언론이 근현대사를 이데올로기화 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도 있다. 역사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가질 수 있었다고 본다. '백년전쟁'의 사실 중 틀린 부분을 논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을 정치의 장으로 끌고 가 권력의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학문적 양심을 억압시키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5ㆍ16이 쿠데타인가'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 못하는 후보자가 많지 않나. 이런 사회에서 근현대사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이용되는 것을 견제하는 건 필요하다."

-최근 국사편찬위원회의 편찬도 논란이 됐다.

"1970년대까지는 이미 역사의 한 장으로 들어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국편이 한국사 개론을 쓸 때 넣을 수 있다고 본다. 뉴라이트에서 편찬위원 중 '백년전쟁' 출연자가 있다는 점을 들며 비판했는데, 현대사를 역사로 이해해야지 자꾸 정치의 장, 이념싸움으로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줄곧 객관적 중립적 역사관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선택, 해석하는 과정에서 주관적 가치관이 개입하게 마련이다. 객관적 역사관이라는 게 실제로 가능한가?

"근현대사 연구는 가치판단과 분리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근현대 사료가 매우 부족한 나라로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는 정부?일방적 홍보만 있다. 부분적으로나마 학자들에게 근현대사 사료 접근이 가능해 진 건 1980년 6월 항쟁이후다. 사료의 취사선택 이전에 사료가 너무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민주주의사회, 정직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사료를 더 많이 선택하려 했지만 내 생각과 반대되는 사료도 버리지 않고 그 사료 나름대로 꼭 해석을 하려 했다. 이 책 역시 최대한 발굴된 사료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극단적 반공이데올로기를 깨고자 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윤지영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