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지적하고 있는 일반고의 위기는 단순히 우수 학생들이 예전만큼 많지 않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한국일보가 전국의 고교 교사 9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반고 위기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력 저하(73.5%∙중복응답)와 생활지도의 어려움(55.8%)을 일반고 위기의 대표적 현상으로 지적했다. 학생들이 학업수준에 따라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서열화하는 사이 일반고는 생활지도조차 제대로 안 될 지경으로 교육환경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무기력이나 소외감에 찌든 아이들이 많다" "윤리교육, 예능교육, 신체활동 등의 다방면에 걸친 교육이 필요하다" "특목고에 자사고, 특성화고까지 우수 학생을 다 뽑아가 (일반고에서) 수업 수준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 "특성화고 등 원하는 학교에 떨어지고 온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특히 힘들다"는 진단을 쏟아냈다.
결국 목표의식을 상실한 학생들이 모인 일반고가 제대로 된 교과교육, 인성교육, 진로설정에 모두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명문대 진학이 목표인 상위권 학생들은 특목고ㆍ자사고로 빠져나가고,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마이스터고 등 특성화고로 가는 반면, 일반고는 다양한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필요가 있음에도 정작 교육환경은 이에 못미친다는 뜻이다. 한 교사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있으니 교육 프로그램도 이에 맞춰져야 하지만 예산 지원이 미흡해 그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교사들도 46.6%가 자신의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혁신학교 재직교사들은 혁신학교에 자녀를 보내겠다는 응답률이 41.2%(7명)로 다른 학교 교사들과 달리 첫손으로 꼽아 눈길을 끈다. 교과 운영의 자율성을 갖고, 입시가 아닌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혁신학교가 일반고 위기 극복의 해답을 시사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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