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민관 합동연구를 통해 인간 뇌의 작동원리를 낱낱이 밝히기 위한 '브레인 지도 프로젝트'를 내년부터 착수한다. 1억달러(1,117억원)의 예산이 우선적으로 투입되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과학계는 인간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는 인간게놈 프로젝트에 비견하며 반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일 미국 국립보건원 국립과학재단 등 정부기관과 스탠퍼드대학 록펠러대학 등이 참여하는 '브레인 액티비티 맵 프로젝트'의 착수를 발표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공식 명칭은 '혁신적인 나노기술을 이용한 뇌 연구'다. NYT는 "과학자들은 21세기 가장 위대한 도전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경과학과 나노과학, 컴퓨터과학이 연계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뇌 활동의 모든 경로와 지도를 완성하는 것으로, 수백만개의 뇌세포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알츠하이머, 간질, 정신적 충격에 의한 뇌 손상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스탠퍼드대학의 윌리엄 뉴섬 박사는 "이 프로젝트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 완전히 새로운 사고에 관한 것"이라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뇌과학자들은 동물이나 인간의 뇌에 회로를 삽입해 뇌의 신경세포인 뉴론의 전기활동을 기록한다. 현재는 이런 식으로 한번에 최대 수백개의 활동을 기록한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한번에 수천개 혹은 수만개의 뇌세포의 활동을 기록하는 방법을 개발해야만 한다. 뉴섬 박사는 "새로운 연산과 컴퓨터 과학이 동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있다. 에머리대학의 신경과학자인 도널드 스테인은 "현재의 기술로 뇌 속 화학물질의 교류를 모두 이미지화 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 않다"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우선 무엇을 알고 싶은지 목표를 정한 다음에 추후에 방법을 찾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공대 물리학자 마이클 루크 박사는 "나노과학이 성숙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뇌 지도를 그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2011년 9월 영국 런던에서 신경과학자와 나노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컨퍼런스에서 제안됐다. 당시 컨퍼런스를 주최했던 미국 캐블리재단의 부소장이자 생물학자인 한국계 전미영(사진) 박사는 "요즘은 정부지원이 드물며, 모든 이들의 상상력을 깨울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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