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 대문호 제임스 조이스의 1939년작 가 최근 중국에서 번역 출간돼 이례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는 조이스가 장장 17년에 걸쳐 쓴 소설로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탈피, 영어와 게일어, 로망어 등 60여개 언어를 넘나들며 조어와 언어유희를 늘어놓아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출간 당시 "보통 사람들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혹평을 받았고 독자층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책이 무려 8년의 번역 과정을 거쳐 지난해 12월 출간됐을 때 중국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책은 출간 직후 상하이 지역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2위에 올라 초판 8,000부가 3주만에 팔렸다. 베스트셀러 1위는 덩샤오핑의 전기였다. 중국 국영 신화통신이 를 '가장 영향력 있는 책'으로 꼽는 등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 후 소설은 5,000부가 더 팔려나갔다.
WSJ는 "가장 어려운 영문 소설이라는 상징적 지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흥 부유국인 중국 소비자들이 아우디 세단과 루이비통 핸드백 등 서구 명품을 선택하듯 이 책을 골랐다는 뜻이다. 번역자인 다이 청륭 역시 "호기심이나 허영심으로 를 산 독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화대혁명 이후 정부의 검열 강화로 중국 문학이 위축된 데 따른 반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즐거움을 위한 독서가 금기시된 중국 독자 사이에는 순수문학에 대한 갈망이 있다"고 전했다. 를 산 한 50세 중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책을 읽고 이해하는 데 필사적"이라며 "이 책은 내게 아이큐 테스트와 같다"고 말했다. 중국 작가 쑨 간루는 "를 읽은 독자들은 문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나아가 스스로 쓰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 책의 성공이 중국 문학 지형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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