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영문과 A 교수는 학생들의 과제물 표절 확인 프로그램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태블릿PC를 들었다. 화면에는 한 학생이 제출한 영어 에세이 과제물의 6% 가량이 온라인상에 있는 다른 영문 콘텐츠와 일치한다는 표시가 떴다. A 교수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부분적인 표절에 해당한다고 보고 학생을 불러 주의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중앙대가 이번 학기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과제물 표절 여부를 체크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교수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과제물 표절 여부를 체크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된 모바일 학습지원시스템 '블랙보드(Blackboard)'다.
블랙보드는 미국의 한 IT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소셜서비스네크워크(SNS)처럼 교수와 학생간의 실시간 대화 및 자료 공유 기능 등을 갖고 있다. 특히 이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세이프어사인(SafeAssign)' 프로그램은 담당 교수가 전체 학생 과제물의 표절 여부는 물론 표절 비율과 온라인 상의 원문출처까지 클릭 한번으로 확인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국 하버드대, 영국 케임브리지대, 옥스포드대 등 표절에 엄격한 세계 유수의 명문대에서는 2007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는 한 해 300강좌를 기준으로 3년간 8,000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블랙보드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번 학기에는 학교 측이 112개 강좌에 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교수학습개발센터 관계자는 "3월 초 운영을 시작하고 난 이후에도 많은 교수님들이 개별적으로 문의를 하는 등 20개 강의가 추가 신청을 해 왔다"고 말했다.
한상준 교무처장은 "효과적인 수업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으며 표절 검토 프로그램은 학부생 때부터 건전한 연구윤리의식을 심어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기계공학부 재학생인 김모(22)씨는 "자신이 열심히 쓴 것보다 남이 베껴서 낸 리포트가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는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사회대 재학생은 "학생들 숙제마저 기계에 의존해 검사해야 할 만큼 교수와 신뢰가 무너진 거 같다"며 씁쓸해 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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