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대 대선 당시 여야후보가 공약한 기초단체장ㆍ의원에 대한 공천폐지 방침이 흔들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조건부 무공천’ 방침을 밝혔고 민주통합당은 폐지방침을 보류했다. 논란을 이유로 3달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이에 일선 시군 단체장과 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기초단체 공천이 과연 바람직한 지 3회에 걸쳐 다뤄본다.
대전 대덕구는 새누리당 소속 구청장과 구 선진당이 다수인 구의회 간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구의회는 지난해 정용기 구청장의 홍보에 사용된다는 이유로 핵심 공약사업부터 구청 소식지 발간, 주민편익사업까지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집행부 발목을 잡았다. 참다 못한 주민들이 나서 의회에서 농성을 벌이자 의원들은“집행부가 주민들을 동원해 의원들을 협박한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주민들을 고소했다. 정 구청장도 대전시와 구의회의 무상급식 추진에 반대하면서 맞불을 놓았지만 싸움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선진당이 합당하면서 싱겁게 끝났다. 같은 편이 됐으니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당파가 편을 갈랐던 대표적 사례다.
경기 남양주시의회는 지난해 6월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놓고 3개월간 파행을 빚었다. 후반기 의장선출 때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지지한 A후보 대신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원을 받은 같은 당 B의원이 표결 끝에 의장으로 결정되자 야합이라며 3개월 가량 등원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밥그릇 싸움에만 매달려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시의회를 혼내겠다”며 촛불집회를 계획하자 뒤늦게 의회가 정상화됐다.
중앙당 행사에 줄 서느라 풀 뿌리 의정을 내팽개친 사례도 많다.
포항시의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2011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대책회의에 참석한다며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대거 불참해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포항 경실련 등은 “시의원들이 앞에서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뒤로는 공공연히 줄서기를 자행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또 안산시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은 지난해 9월 당시 박근혜 후보 참석 행사에 얼굴을 내밀려고 임시회에 불참해 ‘눈도장 찍기’ 비난이 일었다.
사사건건 다투던 강원 이광준(새누리당) 춘천시장과 김영일(민주통합당)시의장은 지난 1월 권투시합으로 갈등을 해소하자는 황당한 합의를 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번복이유도 유권자의 비난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술책에 놀아나지 말라”는 동료들의 만류 때문이었다.
당이 달라 분란이 벌어지기 어려운 구조인 영호남에서도 차기 공천 때문에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경우는 많다. 공천 걱정 때문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고경훈 박사는 “일선 지자체의 행정과 의정이 정파에 따라 양분되고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등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공천제의 장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단체장과 시의원들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초단체 공천폐지방침 보류가 알려진 2일 서울 동숭동에서 지방자치 전문가 120인 이 비난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전국에서 항의성 촉구성명이 빗발치고 있다.
춘천=박은성기자 esp7@hk.co.kr
포항=정광진기자 kjcheng@hk.co.kr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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