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3년간 거주했던 라스 라스무센 노키아 마케팅 대표는 최근 두 자녀, 부인과 함께 고국 덴마크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하나, 대기오염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 수 없고 집 밖에선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곳에서 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상과학소설처럼 매일 마스크를 쓰고 살순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베이징에 사는 외국계 기업인과 외교관들이 지독한 대기오염을 견디다 못해 떠나는 '외국인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외국인들이 '에어포칼립스(대기오염으로 인한 종말론)'상태인 베이징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어포칼립스는 공기(air)와 종말(apocalypse)을 합친 신조어로, 서구 언론들이 최근 베이징의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를 빗대 사용하고 있다.
베이징 최대 외국인 전문병원의 가족의학과 박사인 앤디 웡은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대기오염 때문에 베이징을 떠났는지 공식집계는 되지 않지만 베이징 거주 외국인들의 우려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로 와서 살라고 설득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아담 다넷토 주중 유럽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대기오염은 회원들과 가족에게 큰 관심사"라며"기업인들이 베이징을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기오염은 공통된 이유"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대기오염으로 현지 이사전문업체는 호황을 누릴 전망이라고 FT는 전했다. 해외이사전문업체인 산타페 리로케이션의 차드 포레스트 전무는"올 여름이 빅 시즌이 될 것 같다"며 "봄철 최악의 대기오염을 견디지 못하고 이주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에는 60만명의 외국인이 등록돼 있는데 이중 20만명이 베이징에 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3대 의학저널 중 하나인 영국의 란셋을 인용해 2010년 중국에서 PM2.5(직경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120여만명이 조기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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