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이 1일 건설업자 윤모(52)씨의 고위공직자 성 접대 의혹 연루자로 자신의 실명을 유포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자 55명을 고소했다. 이 전 청장을 시작으로 다른 인사들의 무더기 명예훼손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사태에는 허위사실까지 노출하는 포털 사이트들의 연관검색어가 한몫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로텍은 이날 이 전 청장을 대리해 "성 접대 의혹 동영상에 이 전 청장이 등장한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악성 트위터 사용자 55명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 18일 윤씨 성 접대 의혹 사건 내사에 착수한 이후 SNS 상에 떠돈 '성 접대 리스트'에 대해 고소가 제기된 것은 처음이다. 고소는 실명과 주소가 아닌 트위터 상 아이디와 닉네임을 특정해 이뤄졌다. 최초 유포자 뿐 아니라 사실 확인 없이 댓글을 달면서 리트윗한 사용자들도 고소 대상에 포함됐다.
이 전 청장은 고소장에 "윤씨와 만나거나 성적 접대를 받은 적이 전혀 없지만 피고소인들은 사실인 양 게시하거나 리트윗을 해 명예가 침해됐고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청장이 실명을 내걸고 전면에 나선 가운데 이름이 거론된 다른 인사들도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사 초기 실명이 보도돼 낙마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일부 언론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뒤 SNS에서는 고위 공직자 등 10여 명의 실명 리스트가 퍼졌고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됐다.
특히 국내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이들의 이름을 검색하면 '성 접대'가 연관검색어로 뜬다. 윤씨 이름을 치면 리스트에 오르내린 인사들의 실명은 물론 윤씨와 관련된 여성들의 이름까지 그대로 열거되는 실정이다.
포털 사이트들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의 정책에 따라 인위적으로 연관검색어를 생성하거나 변경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한 유력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비속어나 오탈자 등은 자체 필터링을 하지만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연관검색어를 임의 삭제하지 않는다"며 "당사자가 삭제 요청을 해오면 법무최고책임자에게 보고한 뒤 변호사들과 논의해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강원 원주시의 윤씨 별장을 압수 수색한 데 이어 50대 여성사업가 K씨의 외제차 회수 부탁을 받은 사업가 박모씨와 지난해 12월 실제로 별장에 가서 윤씨가 타던 차를 회수한 박씨 운전기사 P(35)씨 자택 등도 이날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윤씨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기 위해 윤씨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다. 경찰은 윤씨에 대해 조만간 소환을 통보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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