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가수 김상희, “재주꾼 순발력 발군”애도
‘조약돌’, ‘친구야 친구’ 등의 노래로 197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가수 겸 방송진행자 박상규씨가 1일 오전 11시 20분 인천 자택에서 뇌졸중으로 별세했다. 향년 71세.
고인은 2000년 쓰러진 뒤 방송에 거의 출연하지 않았지만 간간이 공연 무대에 오르며 연예계 활동을 이어갔다. 2008년 병이 재발한 뒤엔 연예계를 떠나 재활 치료에 힘써 왔다. 당시 몸의 반쪽을 사용하지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던 고인은 꾸준한 운동과 강력한 재활의지로 2년 만에 완치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2010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뇌졸중 판정을 받고도 8년간 거의 매일 술을 마셨는데 그게 재발의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가끔 TV에 출연해 투병 과정에 대해 이야기할 만큼 병세가 호전됐지만 최근 뇌졸중이 재발했다.
그는 가수, 연기, 코미디, 방송 진행 등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보인 ‘원조 멀티엔터테이너’였다. 가요평론가 최규성씨는 “코믹송부터 포크, 솔, 서정적인 노래까지 두루두루 뛰어난 보컬리스트였고 서구 음악 장르를 한국적 정서에 접목하려는 선구적인 시도도 많이 했는데 방송 진행자나 배우로서 이미지가 강해 가려진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최씨는 “‘노래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최근까지 공연을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으려 했던 분”이라고 덧붙였다.
1942년 인천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고인은 65년 KBS 전속가수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66년 가수 김상국, 장우와 함께 트리오 ‘송아지 코멧츠’를 결성해 순회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송아지 코멧츠는 통기타 반주에 코믹한 노래를 불렀는데 이듬해 김씨의 탈퇴로 ‘코코 브라더스’로 재편됐다. 주로 외국곡을 번안해 부르던 코코 브라더스를 해체하고 69년엔 차도균, 김준과 함께 ‘포 다이나믹스’를 결성했다.
고인은 70년대 들어 ‘조약돌’, ‘웃으며 보내마’, ‘친구야 친구’ 등의 히트로 전성기를 보냈다. 75년과 76년 2년 연속 MBC 10대 가수에 선정될 만큼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말솜씨가 좋아 TV 프로그램이나 유명 가수의 콘서트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가수 남진과 함께 출연한 ‘지구여 멈춰라 내리고 싶다’(74), 신상옥 감독이 연출한 ‘아이 러브 마마’(75) 등의 영화에서 연기력을 뽐내기도 했다.
70년대 후반부턴 방송 진행자로 유명세를 떨쳤다. MBC ‘이 밤을 즐겁게’, ‘토요일 토요일 밤에’, ‘일요큰잔치’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4년 제11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에선 공로상을 수상했다. 고인과 함께 활동했던 가수 김상희씨는 “재주꾼인데다 친화력이 매우 좋았고, 순발력이 뛰어나 예능 프로그램에선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고 애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한영애씨와 아들 종희, 종혁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반포동 강남성모병원, 발인은 4일이다. (02)2258-5940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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