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이 1, 3으로 이단 젖힌 건 당연한 기세지만 6 때 7로는 1로 참아두는 게 더 나았다. 2 때 3, 4를 교환해서 흑 한 점이 달아나지 못하게 한 다음 5로 치중해서 백돌 전체를 공격한다면 이건 흑이 너무나 잘 된 모습이다. 따라서 백이 뭔가 다른 연구를 하겠지만 어떻게 변화해도 흑이 나쁜 그림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지현은 후진을 모르는 성난 멧돼지처럼 7, 9로 계속 힘차게 밀어 붙였다. 상대가 이렇게 최강으로 나오면 흑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백홍석이 10으로 반발한 건 당연하다. 그러자 이지현이 즉각 11로 세점머리를 두드렸는데 실은 이것도 너무 강했다. 그냥 1로 뻗은 다음 A와 B를 맞보기로 노리는 게 훨씬 더 강력했다는 윤현석 9단의 지적이다.
반대로 백이 먼저 12로 끊은 게 기민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흑과 백이 서로 끊을 수 있는 곳은 모두 끊어서 전형적인 싸움 바둑의 모습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