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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예술의전당 사장 임명,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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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예술의전당 사장 임명, 그 후

입력
2013.04.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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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에 있었던 예술의전당 사장 인사는 뒷말이 많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인 예술의전당을 맡기엔 부족해 보이는 이가 사장이 됐다는 평가와 함께 정치색이 문제가 됐다. 신임 고학찬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인 데다, 그가 관장으로 있던 서울 강남의 소극장 윤당아트홀에서 마침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 뮤지컬을 공연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은 인사'의혹까지 샀다. 5월 1일까지 공연하는 이 뮤지컬은 표절 시비가 붙어 지난 주 다른 극단이 법원에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고 사장이 대관해준 공연이니 눈총 받을 일이 하나 더 늘었다.

고 사장은 억울하겠다. 일을 잘 하는지 지켜보지도 않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말을 듣는 게 편할 리 없다. 부담스럽기도 하겠다. 그런 부정적 평가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안도로 바뀌려면, 아주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과를 내야 할 테니.

윤당아트홀은 대구의 알루미늄판 생산업체인 ㈜조일알미늄이 운영하는 문화공간으로 260석, 150석의 극장과 갤러리를 갖추고 있다. 방송PD 출신으로 주로 방송 쪽 일을 해온 고 사장은 2009년 윤당아트홀이 개관하면서 관장으로 와 있다가 예술의전당 사장이 됐다. 젊은 시절 극단에서 활동했고, 연극 극작과 연출도 해봤으니 공연예술과 무관한 인사는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고 사장을'공연장 운영자로서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공연계에서는 윤당아트홀도 그의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어떤 사람이고 어떤 공연장이라고 말해주자 다들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린이 뮤지컬과 연극을 주로 공연해온, 존재감도 희미한 작은 극장의 관장이 2,200석의 오페라극장과 2,500석의 콘서트홀을 포함해 극장만 6개에 미술관과 서예관까지 거느린 예술의전당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사장은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는 33개 공공기관장 중 하나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장 인사 1호여서 더 관심을 모았지만, 평가는 차갑다. 박 대통령의 문화예술 멘토이고, 육영수 여사 뮤지컬을 공연 중인 극장 관장이라고 알려주자 어떤 이는 "그러면 그렇지" 하며 대놓고 조롱하기도 했다.

첫 단추를 잘 꿴 건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분명해지겠지만,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그 바람에 나머지 문화예술 기관장이 누가 되는지 지켜보는 눈길이 더 매서워졌다.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는 문화예술 기관 중 네 곳, 국악방송과 정동극장, 한국공연예술센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장이 임기 만료로 현재 공석이다. 위상이나 규모에서 예술의전당만큼 중요한 기관은 아니지만, 누가 임명되든 적임자인지 따지는 입길에 오를 것이다. 한국공연예술센터는 최근 박정희 대통령을 조명한 연극 '한강의 기적'에 극장을 내줬다가 비판이 일자 대관을 취소한 곳이기도 하다.

임기가 남았지만 교체되는 기관장이 나올 수도 있다. "공공기관장은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이라야 한다"고 박 대통령이 말했으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뜻이 맞는 사람과 일하는 건 자연스럽다. 효율적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문성과 능력이다. 될 만한 사람이 되면 탈이 없으려니와, 납득하기 힘든 황당한 인사로 뒷통수를 맞는 일은 없기 바란다.

이들 문화예술 기관장 인사는 일러야 4월 말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직 개편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지 며칠 안 됐고, 그에 따른 문체부 내부 인사가 이제부터 시작이라 공공기관장 인사는 그 뒤로 늦어지고 있다.

그나저나 박 대통령 국정 철학의 실체는 무엇인고. 대통령이 말한 국민 행복과 문화 융성은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이 소원했던 아름다운 나라, 오직 한 없이 높은 문화의 힘으로 행복한 나라와 통한다. 좋은 말이고 아름다운 선언이다. 하지만 국정 철학이라고 굳이 강조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알맹이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게 잘 안 보여서 유감이다.

오미환 문화부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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