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소변을 보는 남자들은 의외로 많다. 일본의 경우 남성의 40%가 앉아서 오줌을 눈다는데, 우리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앉아 쏴' 남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작년 여름 대만의 선스훙(沈世宏) 환경부 장관이 자신은 앉아서 소변 보는 습관을 들였다면서 다음 사람이 깨끗한 좌변기를 쓸 수 있게 하자고 앉아서 오줌 누기를 제안했다. 다음날 환경부의 한 관리가 우선 가정에서부터 앉아서 오줌 눌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좋은 생각이라는 반응이 있었지만, “저것들 머리가 돈 거 아냐?” “환경부 관리들부터 치마를 입지 그래.”, “마잉주(馬英九) 총통과 선 장관이 TV에 나와서 '앉아 쏴' 시범을 보여라!”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말이 많았다.
우리나라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도 '앉아 쏴' 예찬론자다. 그는 대만 환경부장관의 말을 받아 “남성용 소변기가 따로 설치돼 있지 않은 가정에서 서서 소변을 보는 것은 테러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의 건강을 위해 항상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말했다.
일본 화장실 환경을 연구해온 가정용 세제업체 존슨과 기타사토(北里) 환경과학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남자가 서서 오줌을 눌 경우 바닥은 변기의 바로 앞부터 반경 40㎝, 벽은 바닥에서부터 30㎝ 높이까지 오줌이 튄다. 또 생활용품업체 라이온의 실험에서는 남자가 일곱번 오줌을 누면(하루 평균 소변량) 약 2,300방울이 변기 바깥으로 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튀는 오줌은 주변의 세면도구는 물론 화장실 슬리퍼에도 묻고 화장실 발판에도 떨어지며 옷에도 묻는다. 그렇게 오줌이 묻은 것도 모르고 그 옷을 입은 채 아내와 한 이불에 눕고, 오줌이 묻은 그 손으로 귀여운 손녀를 쓰다듬어? 그러니까 가족을 사랑한다면 잔소리 말고 '앉아 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앉아서 소변을 보면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남성은 요도가 길어 소변을 다 보더라도 5% 정도는 요도에 남는다. 그래서 남자들은 서서 오줌을 눌 때 손으로 탈탈 털거나 부르르 몸을 흔들기도 하는데, 앉아서 소변을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 괄약근이 쉽게 열려서 그런지 앉아서 오줌을 누면 잔뇨감이 비교적 덜하다는 것이다.
위생과 건강 문제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도 선뜻 '앉아 쏴'를 하지 못하는 것은 그놈의 자존심 때문이다. 남자라면 당연히 서서 오줌을 눠야 한다. 서서 오줌을 누는 것은 남성성의 상징이자 징표다. 그런데 앉아서 오줌을 누라고? 정부 수립 직후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인 임영신(중앙대 설립자) 씨가 초대 상공부장관에 임명되자 “앉아서 오줌 누는 여자에게 어떻게 결재를 받느냐”고 남자들이 불만을 터뜨렸다는데, 바로 그런 감정과 통하는 이야기다.
잭 니콜슨의 명연기가 빛나는 2002년 미국 영화 '어바웃 슈미트'에서 주인공 워런 슈미트는 아내의 잔소리 때문에 할 수 없이 앉아서 오줌을 눈다. 그러다가 66세가 됐을 때 아내가 사망하자 다시 일어선다. 그는 좌변기 앞에 버티고 서서 볼일을 보며 “마누라가 어찌나 깐깐한지 4년간 변기에 앉아 오줌을 눴어.”라고 독백한다. 일부러 힘을 더 주어 오줌 소리를 크게 내면서.
'앉아 쏴' 문제를 다룬 어떤 남자의 블로그가 재미있다. 그는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 최민수가 아내의 요구를 받아들여 앉아서 소변 본다고 말하는 것을 TV프로그램에서 보았다. 그래서 어느 날 함께 외식을 하고 귀가했을 때 기분이 아주 좋아진 아내에게 “나도 앉아서 소변 보는 매너남이 돼볼까?”하고 말했다. 아내야 당연히 오케이지.
그래서 그는 의기양양 변기에 앉아서 소변 보기를 시도했다. 그런데 어떻게 됐을까? 잘 됐을까? 그가 쓴 글을 그대로 옮기면 “이런 XX(이건 욕이다), 소변을 보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똥이 같이 나왔다.”
임철순 한국일보 논설고문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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